이재현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이재현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1. 사실관계

원고는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이고 피고는 정비구역 내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자인데, 원고는 피고에 대해 수용재결을 받아 수용보상금을 공탁하였으나 피고는 원고에게 토지를 인도하지 않자 원고는 명도단행 가처분결정에 따른 강제 집행을 실시하여 2020. 7. 1. 토지를 인도받았다.

 

2. 원고 조합 주장의 요지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불법점유로 인한 부당이득 내지 손해배상으로 보상금 공탁 이후 조합이 토지를 인도 받을 때까지의 토지 차임 상당액 2억여 원 및 보상금 공탁에도 불구하고 토지를 인도하지 않고 정비사업의 진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하여 정비사업이 지연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으로서 사업자금 대출 관련 금융비용(이자) 상당액인 8억여 원을 함께 청구하였다.

 

3. 법원의 판단

가. 원심의 판단(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원심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원고 조합은 사업구역내 토지에 대해 사용·수익권을 취득하고 그에 더해 피고에게 수용재결 절차에 따른 손실보상금을 모두 공탁한 이상 피고는 공탁일 이후 해당 토지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상실하였는 바, 피고는 원고 조합에 토지를 인도할 때까지 토지 차임 상당액인 2억여 원을 지급하라고 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금융비용 상당액의 8억여 원은 피고가 토지를 인도하지 않음으로 인해 원고가 해당 금액만큼 손해를 입었다는 부분에 대한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보아 손해배상청구를 전부 기각하였다.

 

나. 항소심의 판단 (서울고등법원 판결)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인도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인정 여부]

1) 피고의 이 사건 각 토지 인도의무 불이행

앞서 본 사실관계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각 토지의 수용재결일인 2019. 6. 6.부터는 이 사건 각 토지를 사용․수익할 수 있게 되었고, 피고는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에 따라 위 2019. 6. 6.부터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를 인도할 의무가 있음에도, 실제로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인도한 2020. 7. 1.까지 위 인도 의무를 지체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앞서 든 각 증거를 종합하면, 피고의 이 사건 각 토지 인도의무 불이행과 원고가 주장하는 사업자금 관련 금융비용 상당의 손해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일반적으로, 도시환경정비사업 과정에서 철거 다음의 단계가 착공이어서,토지 인도가 늦어지면 철거가 지연되고 이에 따라 착공도 지연되는바, 사회통념상 피고의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인도의무 불이행은 이 사건 정비사업의 전체적인 지연을 초래한다고 볼 수 있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는 D 주식회사(이하 ’D‘이라고 한다), 주식회사 E(이하 ’E‘이라고 한다)로부터 각각 130억 원, 39억 5,000만 원을 차용하였고 이에 대한 이자가 발생하고 있었으며 위 사업지연으로 인해 위와 같은 추가적인 이자의 발생을 피할 수 없었다고 보인다.

피고는 원고가 2020. 12.경 관할관청의 요구에 의해 이 사건 사업부지의 지반조사를 위한 시추작업을 추가로 진행하였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건물을 인도받음과 동시에 착공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들과 절차 등을 모두 구비하지 못하였던 것이므로 피고의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인도의무 불이행과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는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를 인도한 2020. 7. 1. 직후인 2020. 7. 7.경 이 사건 건물 부지 근처에서 시추작업을 진행하였는바, 오히려 그보다 더 일찍, 즉 최소한 이 사건 정비구역 내에 존재하였던 F 건물의 철거가 확인되는 시점인 2020. 1.경이라도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를 인도하였더라면 원고가 그 무렵 위와 같은 시추작업을 시작하여 실제보다 이른 시기에 시추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을 개연성이 있다. 따라서 피고가 주장하는 위 사정만으로 피고의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인도의무 불이행과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2) 예견가능성

원고가 주장하는 금융비용 상당의 손해는 토지의 불법점유에 따른 통상손해인차임 상당액을 넘어서는 특별손해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그 손해발생의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앞서 든 증거, 갑 제88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 즉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관련 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합526106 건물등철거)에서 2019. 9. 5. ’원고가 이 사건 정비사업과 관련하여 매달 59,583,334원에 달하는 금융비용을 부담하고 있고, 사업의 지연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원고는 H 그룹으로부터 130억 원을 대출받아 피고에 대한 손실보상금을 포함한 손실보상금 전액을 공탁하였다.‘는 내용을 담은 준비서면을 제출하였고, 위 준비서면은 그 무렵 피고에게 송달된 점,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사업시행에 막대한 사업비가 필요하고 조합이 사업시행을 위해 사업자금의 대출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인도의무 불이행으로 인해 이 사건 정비사업이 지연되고, 정비사업 지연으로 인한 금융비용이 발생될 것임은 이 사건에 관계된 사람이나 피고의 입장에서도 객관적으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는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인도의무를 불이행함으로써 원고가 금융비용 상당의 손해를 입는다는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4. 결론

항소심은 원심 판단과는 달리, 피고의 토지 인도의무 불이행과 원고가 주장하는 사업자금 관련 금융비용 상당의 손해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해당 조합의 경우 2020. 1.경에는 이 사건 정비구역 내에 이 사건 건물 외에 다른 건물들은 모두 철거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이 사건 건물 이외에도 이주 하지 않은 다른 건물이 있었으므로 손해에 대한 인과관계가 부정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 정비구역 내에 이 사건 건물 외에 다른 건물도 존재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 및 다른 건물 소유자의 인도 거부가 이 사건 정비사업 지연의 공동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볼 수 있을지언정, 이 사건 정비구역 내 다른 건물의 존재를 이유로 이 사건 정비사업의 지연과 피고의 인도의무 불이행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

한편 항소심은 손해배상액 산정과 관련하여, 원고의 대출일부터 피고가 토지를 인도하기 전날까지 발생한 금융비용 상당액 합계 약 8억 원이라 할 수 있으나, 구체적 인정금액에 관하여는 피고 외에도 정비구역 내 토지를 점유하던 다른 주체가 있었던 점, 원고가 피고에게 적극적으로 금융비용의 구체적 현황과 액수 등을 알리거나 인도 불이행시 금융비용 상당액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명시적 통지를 하지는 않았던 점 등을 모두 고려하여,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에 따라 1억 2,000만 원으로 재량 감액하여 정하였다.

일반적으로 가장 마지막까지 토지를 인도하지 아니하던 토지등소유자에 대해서는 금융비용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데, 상당인과관계의 입증 및 상대방의 인도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조합의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워 결국 감정결과에 따른 토지 ’차임‘ 상당액만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해당 사안은 제1심 판결과 달리 금융비용 상당액 역시 토지등소유자의 인도의무 불이행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명시적으로 인정하였고, 상대방 1인의 인도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조합의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금융비용 상당액이 일부인용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므로, 사업시행자의 입장에서 신속한 명도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 민사소송법은 법원에서 재량으로 손해배상액수를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재량감액의 비율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손해배상청구 이전에 조합이 부담하고 있는 구체적인 금융비용 및 상대방의 인도의무 불이행으로 금융비용의 추가 부담이 이루어진다는 점 등을 명시하여 이와 관련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함을 통지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의) 02-537-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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