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처분안 조정 후 상반기 ‘재도전’ … 설계변경 논란 변수 남아

상계2구역 전경
상계2구역 전경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담금 증가 여파로 지난 연말 관리처분 절차에서 물을 먹었던 상계2구역이 올 상반기에 재도전에 나선다.

지난 12월 16일 상계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조합장=김남현)이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했지만 결의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3.3㎡당 공사비가 기존 472만원에서 595만원으로 26% 가량 급등했고, 이에 따라 조합원 분양가가 늘어남에 따라 분담금이 덩달아 상승한 탓이다.

근래 공사비 상승 여파로 조합이 갈등에 휩싸이는 사례는 비단 상계2구역만의 일이 아니다. 사실상 현재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업장이 유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계2구역의 경우 구역 특성상 일반분양분이 많지 않아 공사비 상승 여파가 조금 더 두드러지는 편이다.

일단 조합 집행부는 관리처분계획을 조정해 올 상반기 내 총회 결의를 얻을 방침이다. 조합원으로선 불만족스럽고 실망스럽지만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 관리처분이 통과되지 않으면 앞으로의 사업추진을 장담하기 어렵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물가인상에 따른 공사비 상승과 그에 따른 분담금 증가폭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강동구의 모 단지처럼 공사비 상승에 대한 갈등으로 집행부 교체 등 홍역을 앓다가 결국 더 큰 손실을 입게 된 경우를 기억할 것이다. ‘백척간두 진일보’ 라는 말이 있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막다른 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때 비로소 활로가 생긴다는 말이다. 상계2구역 조합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본다.

 

∥예비비 줄여 관리처분안 조정

상계2구역 재개발사업은 노원구 상계동 111-206번지 일대 10만842㎡를 구역면적으로 한다. 대지면적 7만4159㎡, 연면적 33만7457㎡, 건폐율 27.93%, 용적률 244.21% 등을 적용해 지하8층~지상25층 아파트 22개동 2200세대를 건립한다.

분양주택은 1685세대, 임대주택은 515세대가 공급된다. 건축계획은 현재 진행 중인 설계변경 결과에 따라 일부 달라질 수 있다. 2021년 1월 대우건설·동부건설 컨소시엄을 공동사업시행자로 선정했으며, 같은 해 9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상계뉴타운 중 가장 큰 구역면적을 보유한 상계2구역은 2200세대라는 대단지 프리미엄을 비롯해 지하철4호선 당고개역과 인접해 상당한 입지적 장점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대지지분이 작은 다세대주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구조적 약점을 지닌다.

이는 개발밀도(용적률)가 한정적인 상황에서 조합원 숫자가 많아 상대적으로 일반분양 물량이 적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조합에 따르면 향후 추정되는 일반분양분은 대략 290여세대로 전체 2200세대 중 13% 수준에 불과하다. 일반분양이 적으니 공사비 인상분 대부분을 조합원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

지난 12월 관리처분안이 부결된 이후 조합은 새로운 관리처분안을 마련했다. 일반분양가를 기존 2600만원에서 2950만원 정도로 상향하는 한편 예비비로 책정했던 사업비를 절감하는 등 사업성을 보완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략 1천억원 가량의 사업성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말하면 관리처분계획을 조정한 것이지 사업성이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사실 대부분의 조합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대비해 관리처분계획을 보수적으로 산출하곤 한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것. 그래서 예비비를 넉넉하게 산정하고 분양가도 시세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 책정하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사업성 개선안은 미래의 이익을 앞당겨 사용한 것일 뿐 본질적인 변화는 없는 셈이다.

한편 조합은 위와 같은 조정안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조합원 분양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관리처분계획을 수정하기로 했다. 이에 조합원 종후자산금액을 다시 평가하여 올 상반기 안으로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총회 결의를 얻을 계획이다.

 

∥단지가치 향상을 위한 설계변경

아직 관리처분계획을 통과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상계2구역은 설계변경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일반분양이 적은 약점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단지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고자 마련한 방안인 것.

설계변경 내역으로는 일단 기존 2200세대에서 1세대가 줄어들며, 전용면적 59㎡형 686세대 중 97세대를 64㎡형으로 변경한다. 한편 최근 신축 단지들의 트렌드로 떠오른 최상층 펜트하우스 건립안의 경우 당초 주요 변경내역으로 거론됐지만 취소하고 84㎡형, 59㎡형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그 밖에 일부 3베이 평형을 4베이로 변경하는 한편 스카이라운지와 조식서비스 등 커뮤니티 시설 확충에도 신경을 썼다.

설계변경 절차는 지난 해 3월 총회결의를 받은 사항이지만 일부 조합원이 반대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설계변경을 빌미로 공사비 증액이 과도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고 있는 것.

이와 관련 김남현 조합장은 “단지 전체 품질 향상을 위해 일정 부분 설계변경이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일부 조합원이 우려하는 바를 고려해 조합원 판단에 맡기고자 한다”면서 “설계변경을 어느 정도까지 진행할 것인지 몇 개의 예를 관리처분총회에 상정해 조합원 의사에 따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잠깐 인터뷰 - 상계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김남현 조합장 

“신속한 사업추진으로 금융비용 최소화”

 

관리처분이 부결된 까닭은

2022년부터 코로나19와 러·우 전쟁 등의 사태를 겪으며 전 세계적으로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났다. 건설경기 분야는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폭등으로 불황이 지속되고, 건축 공사비는 나날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그로 인해 전국 정비사업장의 시공비 인상 요구가 있었고, 우리 조합의 특성상 일반분양이 적어 조합원 분양가가 크게 인상됐는데, 이에 대한 부담이 큰 것이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

 

일반분양 수입증대 방안에 대해

현재로썬 일반분양 수를 늘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이에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 분양할 계획이다. 이에 기존 2600만원대에서 2950만원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다만 조합원 수가 많은 관계로 전용면적 기준 49㎡형, 43㎡형만 일반분양할 것으로 예상돼 높은 일반분양가 책정에 한계가 있는 점이 아쉽기만 하다. 지금으로썬 일반분양할 시점에 분양시장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빠른 사업추진의 필요성에 대해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우리 조합은 일반분양을 통한 수익증대에 한계가 있다. 결국 분담금을 줄이기 위한 최고의 방법으로 신속한 사업추진을 통해 불필요한 금융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비근한 사례로 둔촌주공의 경우 공사비 6천억원을 아끼려다 사업이 지연돼 두 배인 1조2천억원을 부담하게 됐다는 사실을 유념해주시기 바란다.

 

설계변경의 목적에 대해

설계변경에 대해 일부 조합원이 우려하는 바가 있어 조합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다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 상계2구역이 기본적으로 사업성이 좋지 않으며, 이에 고품질의 경쟁력이 있는 단지 조성을 통해 차후 가치상승 효과를 추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단지와 초역세권이라는 이점을 잘 활용한다면 다른 단지에 비해 높은 수익이 가능하다. 단순히 분담금 2~3천만원 더 낸다고 아까워할 것이 아니라 비용투입을 통한 2~3억원 가량을 더 받을 수 있는 방식이라는 점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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