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집에 살기 힘들고 불안해 새 집을 짓고자 하는 서민들의 작은 소망이 이렇게 무너져도 됩니까?



2000년 7월 제정 공포된 서울특별시 도시계획조례에 의한 '지구단위계획'은 전면 재조정되어야 합니다.



1. 2002년에도 서울특별시의 약 270여만명 무주택 서민의 설움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특별시의 2000년 12월31일자 시정주요지표에 따르면, 2002년의 서울특별시 인구수는 991만명이고, 이때의 주택보급률은 73.6%라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270여만명의 서민들이 여전히 무주택의 고통과 고단함을 겪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구나 서울특별시에는 이미 주택공급을 위한 주요 원자재인 택지가 고갈되어 있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단지 꿈으로 그칠 지경입니다.



2. 임오년 벽두부터 우리 아름다운 산하는 서울특별시의 무원칙한 주택정책으로 인해 훼손되고 있습니다.

서울특별시는 지구단위계획에 대해 "도시계획구역의 일부에 대하여 토지이용을 합리화하고 도시의 기능ㆍ미관을 증진시키며 양호한 환경을 확보하기 위하여 수립하는 도시계획"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시계획조례의 제정취지를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개발 또는 도시관리"라 밝혔습니다.

우리는 위 조례 제정취지를 환영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눈앞에는 2002년 벽두부터 수도권 내의 그린벨트가 주택공급을 위해 해제되고, 준농림지가 택지로 개발되는 환경파괴의 행위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택은 우리 시민들의 매우 주요한 주거환경의 근본요소라는 사실 또한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린벨트의 해제와 준농림지의 택지개발만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주택난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감히 서울시 인근 산하의 파괴를 통한 주택공급 방법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주장합니다. 그리고 선거국면에 들어선 현 정국하에서의 선심성 행정행위는 아닌지 하는 의혹을 감출 수 없습니다.



3. 도시계획시행 이래로 천편일률적인 다가구ㆍ다세대 주택들이 건설되고 있어 우리의 골목길은 더욱 복잡해지고, 지난해 그 좁디좁은 골목길로 인해 우리의 곁을 안타깝게 떠나간 소방대원들의 절규가 귓가를 맴돌고 있습니다.

지구단위계획은 도시의 기능 및 미관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도시내 일정구역에 대하여 도시기반시설 및 건축물 등을 정비하고 가로경관을 조성하기 위한 계획이라 합니다. 그런데 시행 이후 서울시내 주택가에는 크고 자그마한 다세대ㆍ다가구주택 건설이 마치 붐을 일으키듯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례되어 공급되어야 할 공공시설 및 부대복리시설은 태반이 부족하고, 똑같은 모양과 색깔의 다세대ㆍ다가구주택과 옥상의 노란 물탱크의 행렬이 2002년 월드컵 개최국 수도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이 상공에서 맞이하는 첫 모습이지는 않은가 서울시는 진지하게 반성해야 합니다?



4. 지구단위계획 시행은 서울시의 주인인 시민의 삶과 서민층의 주거안정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합니다.

헌 집 헐고 새 집 지어 아름답고 살기 좋은 보금자리를 꾸미고자 하는 서민들의 소담한 소망이 꺾이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입니다. 급작스럽게 시행되어 많은 문제와 주민들 간의 갈등을 양산하는 지구단위계획이 아닌, 서민들의 주거안정과 주거환경개선에 복무하는 정책이어야 합니다.

지금 서울시내 곳곳에서는 지구단위계획 시행으로 인해 수년간 추진되어 오던 재건축사업이 중단되는 사태가 속출하는가 하면 급기야는 주민들 간의 폭력사태까지 발생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녕 지구단위계획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용적률 적용기준의 전면적 재조정과 다각적인 인센티브제의 운용방안 등 적극적인 정부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5. 주민들의 의견과 요구가 배제된 행정행위는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지구단위계획 시행의 실질적 수혜자인 주민들이 배제된 계획수립은 해당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과 민원에 부딪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서울시청사 앞을 찾았던 개포지구 주민들처럼 제2, 제3의 지역주민들의 서울시청 방문(?)은 올해도 줄을 이을 것입니다.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의 행정을 펼치겠다는 서울시장은 겸허하게 시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특별위원회를 조속히 설치하여 적극적인 행정서비스를 펼쳐야 합니다.





2002년 2월 1일



바른재건축실천전국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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