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재촉지구, 고도제한완화 본격화
부천시·강서구·양서구, 비행안전영향평가 용역실시

 

고강 재정비촉진지구 구역별 현황


“도시계획상 또는 토지이용상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하는 지구를 말하며, 이때 높이는 최고한도나 최저한도로 정해 놓는다.”

‘고도제한지구’의 정의다. 비행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도록 공항주변지역 건축물의 높이를 규제하는 고도제한은 정비사업 진행에 큰 장애물이다. 특히 김포공항 인근의 고도제한 구역은 반경 4㎞이내 181㎢에 이르며, 해발 57.86m 이상으로 건물을 신축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이 구역에서는 각종 도시재생사업이 차질을 빚고, 주민 재산권 행사에도 많은 제약이 되고 있다. 김포공항과 가까이 위치한 고강재정비촉진지구(이하 고강지구)도 고도제한지구로 지정돼 오랜시간 뉴타운사업 진행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침체됐던 고강지구 각 구역이 하나 둘 활기를 되찾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고도제한완화에 대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 지난달 24일 부천시·강서구·양천구 3개 지자체가 김포국제공항 주변지역 고도제한 완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부천시 뿐만 아니라 서울 지자체 실무자들이 고도제한 완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힘을 모으자 주민들은 다시 한번 고강지구의 도약을 기대하며 들떠있다.

 

▲고강재정비촉진지구는

유적공원이 많고 녹지가 풍부하며 교통이 편리해 서울에 생활권을 둔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고강지구는 2007년 3월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고시되고, 지난해 6월 고강재정비촉진계획이 결정·고시됨에 따라 본격적인 사업진행의 발판이 마련됐다. 고시된 재정비촉진계획에 따르면 고강지구는 총 13개 구역 중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진행되는 원종3D를 제외한 원종1B, 원종2B, 원종4B, 원종5B, 고강1B, 고강2B, 고강3B, 고강4B, 고강5B, 고강6B, 고강7B, 고강8B 등 12개 구역에서 재개발이 사업이 진행된다.

특히 고강지구는 환경부로부터 에코시티 시범지구로 지정돼 국내 최초로 정비사업과 친환경 생태계획을 접목해 추진하는 새로운 방식의 도시개발사업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지구 내 산발적으로 분포돼 있던 교육·문화·공공·복지시설을 복합커뮤니티센터(총 3개소)에 집중시켜 공원 등과 연계,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고강지구는 고도제한 때문에 사업성이 보장되지 않아 뉴타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많았다. 뉴타운 사업에 이제 지쳤다며 입을 땐 한 토지등소유자는 “고도제한으로 인한 용적률 제한으로 사업성이 떨어지자 시공사들도 관심을 갖지 않게 됐다”며 “자연스럽게 사업이 지연돼 답답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고도제한완화는 모든 고강지구 주민이 원하는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각 구역별 추진현황

고강지구는 총 13개의 구역 중 존치정비구역으로 묶인 8개 구역과 존치관리구역인 1개 구역을 제외한 원종3D, 원종5B, 고강5B, 고강7B 등 5개 구역에서 재개발사업이 진행중이다. 이중 원종3D와 고강7B는 이미 추진위 승인을 받고 조합설립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으며, 원종5B와 고강5B는 추진위 설립을 위한 동의서를 징구중이다. 또한 존치정비구역이었던 고강1B구역은 최근 노후도가 충족돼 촉진구역으로 변경되면서 현재 공람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고강지구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고강재정비촉진지구에는 노후도가 충족되지 않아 기다릴 수 밖에 없어 침체된 구역이 많다”며 “몇몇 존치정비구역에서는 국토해양부와 부천시 측에 노후도 충족기준을 20% 완화하는 것에 대해 꾸준히 질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고강뉴타운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던 개발사업 지연과 고도제한 문제 등 악재들이 하나 둘씩 실마리를 찾으면서 개발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고도제한완화 ‘본격 시동’

고도제한완화와 관련한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고강지구 주민들은 설레고 있다. 부천시가 주도해 각 지자체 장들과 뜻을 모아 정부에 재도개선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합리적인 선에서 문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24일 부천시청사 접결실에서는 부천시·강서구·양천구 3개 지자체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3개 지자체는 김포공항 주변지역 고도제한 완화를 추진하기로 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서에 서명했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고도제한 완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전문기관 비행안전영향평가 용역 발주 및 용역비 분담, 민간협의체 구성과 전문가 자문 추진, 각종 정보 공유 등이다. 이에 관해 부천시 뉴타운사업개발과 한 담당자는 “용역비용을 산출하고 입찰절차를 거쳐 올해 안으로 착수할 계획”이라며 “내년 8월 비행안전영향평가 용역 결과가 나오면 주민 공청회를 열어 정부에 고도제한 완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평택·김포·부천 등 5개 지자체 도의원들도 고도제한완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사업에 반신반의하는 주민들도 있다. 고도제한을 완화해도 사업성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 고강지구 구역내 한 공인중계업자는 “고도제한이 완화돼 건물 층수가 올라가도 몇 층밖에 못 올라가 큰 이점은 없을 것”이라며 “차라리 뉴타운을 해지하고 자체적으로 재건축을 하는 것이 빠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천시청 한 담당자는 “고도제한완화가 실현된다면 고강뉴타운의 모습은 지금과는 확연히 달라지게 된다. 층수는 18층 정도로 높아질 것으로 보이고, 그렇게 되면 기존 90%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계획세대수도 15%정도는 올라가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자체적인 재건축을 진행한다면 상·하수도 및 도시기반시설의 전체적인 연계가 되지 않아 뉴타운으로 묶어 개발하는 것인데 다시 재건축으로 가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고강시장 상인연합회는 재정비촉진사업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장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달라는 입장이다. 상인연합회 한 관계자는 “현재 고강시에 시장부지 제공을 건의하고 있다”며 “시장부지를 만들어 전통풍물시장 형태로 시장을 형성해 달라고 요구중”이라고 밝혔다.

서울과 가까워 입지가 뛰어나지만 고도제한과 함께 대표적인 저평가 지역으로 꼽히던 고강재정비촉진지구. 땅값이 서울 인근 도시 중 가장 싸다는 것과 개발사업, 편리한 교통망확충의 장점에 고도제한 완화까지 추진되면서 앞으로 고강지구가 어떻게 재평가 받게 될지 그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병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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