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철거 위주에서 관리방식 도입 통해 기존 문제 해결할 구원투수… 용역결과, 독소조항 명문화 및 다양화 '정비사업 효율성 극대화 될 듯'

지난 12일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던 공정회는 뉴타운 사업 반대자들의 단상점거로 인해 파행되었다.
2009년 7월 도시정비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던 공공관리제도. 투명성을 대전제로 집행됐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다.

18대 총선과 각종 지방선거 공약으로 남발됐던 뉴타운 사업은 어떠한가. 여기저기서 부작용들이 터져 나오며 연일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가칭 '도시 및 주거환경재생법'(이하 도시재생법)이 과연 망가진 국내 도시정비사업의 구원투수가 될 것인가에 대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국토부가 반드시 6월 중 입법예고를 한다는 강견한 입장을 보임에 따라 지난해부터 시행된 공공관리제도 만큼이나 정비사업 전반에 막강한 파급효과를 끼칠 것으로 보인다.

도시재생법은 쉽게 말해 1970년대 이후 40여년 동안 개별적이고 단편적으로 제정·운용돼 오던 도시재생 관련 법제도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도시정비 관련 사업의 종합적인 관리를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과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하 도촉법)'을 통합한 신생법이다.

그럼 과연 효과가 있을까. 지난 12일 '도시재생 법제개편을 위한 공청회'의 자료집을 살펴보면 투명성 제고와 사업여건 개선 그리고 공공의 역할 확대를 큰 틀로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국토부가 애초 연구용역의 목적으로 밝혔던 '기존 도심 및 주거지 정비와 관련된 법제의 효율적 재편과 제도적 보완을 위함'이란 방향에 부합한다.

따라서 도시정비사업의 투명성과 공공성은 물론 원주민 재정착률과 개발 과정에서 생기는 각종 문제들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법제 개편은 경제·문화·사회적 개념을 포함한 종합적 관리체계를 만들기 위해 연구용역을 실시하게 된 것"이라며 "기존 수익성 위주의 물리적 정비 다시 말해 전면 철거방식이 아닌 관리의 개념을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현재 연구용역을 추진 중인 LH토지주택연구원이 내놓은 법제개편안이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으면 법 제정안에 포함될 것"이라며 "입법예고 전까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무조건적 철거 아닌 관리 개념 삽입한 '도시재생법'
도시재생법의 핵심은 과거 철거 위주의 물리적 정비사업에 '관리' 개념을 추가한 것이다.
이를 위해 주거환경관리사업이 새롭게 도입된다. 기존의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사업방식이 비슷하지만, 주거환경이 양호한 지역에서 추진되는 것이 차이점이다.

사업시행자는 지방자치단체가 맡고 LH 등 공공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공공이 정비기반시설과 공동이용시설을 정비하고 건물은 주민이 자력으로 정비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도시환경정비사업에 현지개량(수복형) 사업방식이 도입된다.
도심 상업·공업지역에도 현지개량 정비방식을 도입해 역사·문화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시장·군수가 직접시행하며, 기반시설 등은 공공이 획지단지의 건축물은 민간인 신축 또는 개량할 수 있다.

한편, 금번 공청회를 뜨겁게 만들었던 정비사업 일몰제도 도입된다. 일몰제는 각 사업 단계별로 소요기간을 정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정비예정구역과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는 제도다. 다만 소요기간을 수도권 재건축 사업의 평균 소요기간의 약 2배로 설정해 사실상 효과가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도권 재건축 사업은 평균 8년 11개월, 재개발 사업은 8년 6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 적용대상 역시 사회적 혼동을 우려해 일몰제 시행 후 지정되는 정비예정구역과 정비구역으로 한정해 기존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는 여파가 없을 전망이다.

이 밖에도 토지등소유자 또는 조합원이 정비사업 추진 중에 추진위나 조합 해산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으며, 공공관리제도가 적용되는 사업지의 경우 추진위원회 설립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조합설립이 가능하도록 했다.

더불어 수도권 기준으로 전체 가구수의 17% 이상 짓도록 한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은 지자체의 특성을 고려해 8.5~20%(수도권)까지 차등 적용하고, 뉴타운 사업지구 내 상가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뉴타운 계획 수립 시 용적률 인센티브로 건설되는 임대주택 중 일부를 임대상가로 전환해 공급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도시재생법에 반영될 용역결과 무엇이 포함됐나
임정민 LH토지주택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보고서 역시 기존 관련법에 잔재했던 독소조항들을 명문화 하거나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화 시켰다.

우선 정비기반시설 중 무상양도의 범위가 애매모호 했던 도로의 경우 기 개설된 도로는 물론 '미개설된 도로 중 국공유지'인 경우와 '폭 4m이상 지목이 도로며 국공유지'로 명확해졌다. 아울러 기부채납 방식 역시 기존에는 부지 또는 건축물을 대지지분과 함께 제공하는 방식만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부지  건물  부지+건물로 다양화 할 방침이다.

또 장기간 사업이 중단된 구역의 경우 공공이 직접 총회소집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권한 부여도 검토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조합장이 비리 또는 결격사유 등으로 해임 또는 퇴임 후 6개월 이상 조합장이 선임되지 않을 경우 정비사업 정상화를 위해 지자체장이 직접 총회를 소집해 조합원들이 조합장을 새로 선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보고서에 나온 공공관리제도 확대는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유인 즉, 그간 제도 내 문제로 지적 받았던 세입자 주거 및 이주대책 수립은 조합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관리처분계획까지 공공의 권한 확대는 현재도 운용비 지원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처사로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도정법 상 명확치 않았던 조합임원과 조합원에 대한 규정도 대폭 강화된다.
대표적으로 조합임원 선출 및 시공자 선정 부정행위자에 대한 처벌조항이 추가될 예정이다. 도정법상 선거에 관한 벌칙규정과 시공자 등 업체선정과정에서 금품 또는 향응을 제공 또는 받은 자에 대한 특별한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방안은 임원선출 총회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할 수 있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에 준용하는 것이다.

아울러 시공자 선정 시 대의원 권한 조정도 검토되고 있다. 현 도정법 상 국토부 고시인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기준'에 따라 입찰참가업체 중 3개 건설사 이상을 대의원회의에서 선정해 총회에 상정하면서 각종 비리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따라서 총회 상정업체수를 3개 건설사 이상에서 6개 건설사 이상으로 확대하고, 제한경쟁이나 지명경쟁 입찰은 입찰 참여사 모두를 총회에 상정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조합원 간 갈등방지 및 정비사업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조합원 자격상실 요건도 명문화 될 예정이다. 현 도정법 제19조 '조합원의 자격 등'에서 조합원 자격요건에 대해서만 명기하고 있을 뿐 자격상실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혼란이 발생해 왔다. 따라서 조합원의 자격 상실 내용을 추가하고 현금청산자의 자격 상실 시기는 현금으로 청산이 완료된 다음날로 명확화하기로 했다.

∥도시재생법 도입에 대한 의견은
이번 도시재생법 제도화에 대한 의견은 양측으로 갈리고 있다. 일단 기존 도시정비법과 도촉법도 하루가 멀다하고 개정이 되면서 일선 현장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법·제도로 인해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법제개편은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도시정비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잦은 개편으로 혼란스러운 법제도를 체계화시키기 위해서라도 통합적인 제도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힘을 얻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도시재생법 내용에 대해 (사)주거환경연합에서는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손봐야 할 부분도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일단 지역 여건에 맞게 임대주택 의무건설비율을 차등화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서울 등의 과밀억제권역의 임대주택 의무건설비율을 20%로 확대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조합원들의 부담이 증가해 재정착율이 더 낮아질 우려가 있기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주거환경연합 사무총장 김진수 교수(건국대학교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는 "공공의 역할 확대에 대해서도 공공의 '책임'과 공공의 '감독권한'으로 구분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그동안 기반시설설치비용, 세입자 주거이전비 등을 조합원에게 떠넘겨온 것이 사실인 만큼 공공의 책임과 비용부담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공공의 감독권한은 담당 공무원의 남용 가능성을 고려해 시민사회의 자정능력을 제고시키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관리처분계획 공영제에 대해서도 "관리처분계획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가장 큰 요인은 낮은 사업성으로 인해 조합원의 추가분담금이 크다는 것"이라며 "관리처분계획을 아무리 검증한다고 해도 낮은 사업성으로 인한 높은 추가분담금을 해소할 수는 없기에 사업성을 개선시킬 수 있는 용적율/층수완화, 기반시설설치비용 등의 공공부담 확대 등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법제화과정에서 좀 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시행착오를 줄이고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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