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총회서 조합원 압도적 찬성으로 시공자 계약 해지

방배5구역이 기존 시공자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시행방식을 도급제로 변경했다.

방배5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조합장=김만길)은 지난 18일 심산기념문화센터에서 2017년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시공자 계약 해지에 관한 안건을 다뤘다.

전체 조합원 1144명 중 970명이 참석해 성원을 이룬 이날 총회에는 ▲조합 기 수행업무 보고 및 용역계약 추인의 건 ▲예비대의원 인준의 건 ▲2017년도 운영비 예산(안) 의결의 건 ▲2017년도 사업비 예산(안) 의결의 건 ▲사업시행계획 변경(안) 의결의 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이율 및 상환 방법 결의의 건 ▲시공자 계약해지의 건 ▲사업시행방식 변경의 건 등 총 8가지 안건이 상정됐다.

이목이 집중됐던 시공자 계약해지의 건은 참석 조합원의 90%에 달하는 865명이 찬성해 시공자 교체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지를 드러냈다.

 

∥사업비 조달 지연으로 조합운영 차질

방배5구역이 시공자 교체라는 초강수를 두게 된 것은 매도청구비용, 용역비 등 사업비 대여 지연 문제와 함께 조합에 너무 불리하게 되어 있는 시공계약에서 비롯됐다.

조합은 “시공자인 프리미엄사업단(GS·롯데·포스코)이 지난해부터 각 협력업체에 대한 용역비 지급을 위한 사업비 대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데다 매도청구 대상자들에 대한 매매대금 지급을 위해 당장 필요한 사업비 역시 대여를 미뤄 조합운영에 차질을 빚어왔다”고 밝혔다.

공사계약에 따르면 사업비는 1금융권의 금리로 시공자가 조달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시공사 내부사정으로 인해 2금융권 대출을 조합에 요구했고 조합에서는 금리차이로 인한 부담이 막대하기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조합은 자체적으로 사업비 대출을 하려했지만 입찰공고를 낸 결과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이 필요하다는 조건이 있어 이를 프리미엄사업단에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조합은 “2금융권 대출은 1금융권에 비해 금리가 높아 조합원 부담이 가중될 뿐 아니라 대출기간도 15개월로 짧아 사업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사업비 대출은 계약서대로 1금융권의 금리로 시공사가 담당해야 함에도 HUG의 보증마저 외면해 사업진행에 차질을 빚었다”고 밝혔다.

시공자 교체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조합원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자 프리미엄사업단에서는 뒤늦게 현금청산자에 대한 매입자금을 대여하고 HUG 보증도 수용하기로 했지만 조합은 시공자 계약해지를 막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해당 안건을 총회에 상정했다.

조합에서는 “프리미엄사업단이 총회가 다가오자 조합의 요구조건을 들어주겠다고 했지만 이미 조합원들의 신뢰를 잃었고 과거의 사례를 볼 때 향후 다시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에 계약 해지 방침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시공자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공사계약도 문제

이번 총회에서 조합원 대다수가 계약 해지에 찬성을 표시한 것은 사업비 조달 지연의 문제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조합에 매우 불리하게 체결되어 있는 공사계약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방배5구역은 2014년 시공자를 선정할 당시 확정지분제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조합과 프리미엄사업단간에 체결된 지분제 공사계약서에 의하면 지분제의 장점은 없이 오히려 조합의 수익금을 프리미엄사업단에게 배분해주는 예상된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전문가들은 방배5구역이 강남권의 요지인데다 신축가구수가 3천 가구가 넘는 규모를 자랑하고 있어 미분양에 대한 위험은 매우 낮은 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때문에 미분양에 대한 위험부담 경감이라는 지분제 사업의 장점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반면에 계약서에 따르면 일반분양가가 평당 3100만원 이상일 경우 해당 수익의 절반을 시공사가 분배받도록 되어 있다. 현재 인근 지역이 평당 3600만원이 넘는 상황에서 향후 방배5구역의 일반분양가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프리미엄사업단에 매우 유리한 계약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구체적 내역 없이 포함된 제경비 544억원이 뒤늦게 제출한 제경비 항목별 금액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 시공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라는 점이 밝혀져 문제가 됐다. 공사계약서 상 각 항목에 시공자 부담으로 되어 있는 사항을 상당부분 중복해 제경비로 포함시킨 것.

이처럼 조합에 매우 불리하게 되어 있는 공사계약에 대해 조합은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으나 프리미엄사업단에서는 계약변경의 협상시기를 8월로 예상되는 사업시행변경인가 이후로 미루자며 조합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조합은 사업비 대여 지연으로 인한 사업 지연 우려와 불합리한 공사계약에 대한 재협상 난항으로 시공자 교체 수순을 밟게 됐다.

 

 


 

 

잠깐인터뷰 - 김만길 조합장 “신뢰 깨진 파트너 함께 갈 수 없어”

 

- 그간의 과정에 대해

조합장 직무를 맡은 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았으나 그 전부터 4년간 대의원으로 몸담고 있으면서 사업추진 과정에서 조합이 시공사에 휘둘리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재건축 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은 일정하고 이를 조합과 시공사가 나눠 가져야하는데 그동안 시공사에서는 자금력과 전문성을 앞세워 자신들의 이익만을 우선시 해왔다.

조합에서도 시공사 교체는 매우 위험부담이 큰 사안이기에 계약해지까지 가지 않고 원만하게 협상을 진행하고자 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잘못된 점이 발견됐으면 그것을 해소하고 가야하는데 조합의 어려움을 볼모로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려고 하는 모습에 실망했다.

 

- 총회를 앞두고 프리미엄사업단의 반발이 거셌는데

그동안 수 십 차례 사업비 대여를 촉구하고 공사계약 재협상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이지 않다가 계약해지를 준비하니까 그때서야 수용의사를 밝혀왔다.

더욱이 지속적으로 홍보요원들을 동원해 조합원들에게 계약위반 사실을 숨기고 왜곡된 내용을 전달하는 등 조합원 분열을 조장해 사업파트너로서의 신뢰관계를 완전히 깨뜨렸다.

 

- 프리미엄사업단의 소송 제기에 대한 우려는

총회 이후 아직 공식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하지 않은 상태라 프리미엄사업단에서는 아직까지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타 구역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그로 인한 사업지연이나 손해배상 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인 대여비와 그 이자 정도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고 향후 새로운 시공자를 선정하게 되면 원만한 협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 향후 사업 진행 계획은

시공자 계약 해지는 끝이 아니라 조합원 이익 극대화를 위한 첫 단추다. 시공자를 교체한다는 것은 한 번의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기에 앞으로는 더욱 투명하고 철저하게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시공자 재선정은 공공관리제도의 절차를 준수해야 하는 만큼 4~5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시공자 재선정 작업과 함께 사업변경인가 준비도 병행해 8월경 시공자를 선정하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공사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10월부터는 이주를 시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 조합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프리미엄사업단에서 갖가지 방법으로 조합집행부에 대한 흠집 내기와 조합원 갈등을 유발했으나 흔들리지 않고 계약해지를 이끌어낸 것은 조합원들의 단합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조합집행부는 원칙과 절차를 지키고 투명하게 업무를 집행해 비리 없는 재건축, 조합원 이익을 극대화하는 재건축을 만들어 갈 것이다. 향후 시공자 재선정 과정에서도 홍보공영제를 통해 과열양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조합원들이 한 뜻으로 뭉친 조합은 거대 시공사 앞에서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번처럼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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