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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규제 강화의 끝은 어디인가?
과도한 정비사업 규제로 조합․추진위 등 민간사업주체 추진동력 상실 위기
2019년 05월 10일 (금) 13:42:41 이현수 기자 lhs@rcnews.co.kr

   

정부당국의 도를 넘는 규제정책으로 인해 정비사업의 추진동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지난 23일 국토교통부가 ‘포용적 주거복지, 실수요 중심의 안정적 시장관리’를 위한 2019년 주거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국토부는 정비사업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명분으로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상향하는 한편 정비업자 업무범위와 운영비 대여를 제한하는 등의 규제책을 도입할 방침이다. 같은 날 서울시 역시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에도 재개발과 같은 세입자 보상대책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공공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실수요자 중심의, 영세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정부 방침의 취지는 공익적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정작 사업주체인 정비사업 조합․추진위의 사업추진 의욕을 앗아가고 있다는 반론이 거세다. 이미 과도한 규제조치로 인해 간신히 명맥만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규제정책으로 인해 사업추진의 의지조차 상실할 것이란 우려가 가득하다.

 

∥임대주택, 현행 15%에서 최대 30% 상향

현행 재개발사업의 임대주택 의무비율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거 30% 이하로 규정하고 있으며, 시행령을 통해 15%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각 지자체에서는 시행령 범위 내에서 조례를 통해 지역 실정에 맞게 운영 중이다.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 개선(안)>

 

서울

경기․인천

지방

추가부과

현행

10~15%

5~15%

5~12%

세입자수 과다 시 5%P 범위

개선

10~20%

5~20%

현행 유지

주택수급안정 등 구역특성에 따라 10%P 범위

지난 2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정비사업 공공성 강화 방침에 따르면 조례에 위임된 임대주택 의무비율 상한을 현행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하고, 주택수급 안정 등 구역특성에 따라 사업계획 승인 단계에서 최대 10%P 범위에서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정비사업을 통한 임대주택은 공공임대로만 활용하도록 하며, 임대기간이나 임대료도 제한하는 부가적인 공적 의무도 강화하기로 했다.

문제는 아무런 인센티브 없이 임대주택 공급비율만 상향함에 따라 사업주체인 조합에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의 한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현재 임대주택 비율이 높아 사업성이 좋지 않은데 이를 더욱 늘리면 조합원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며 “이런 피해를 줄이려면 도로 등의 기반시설 기부채납 비율을 낮추는 방법으로 조합의 숨통이 틔워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과도한 공공성 강화로 인해 오히려 정비사업이 중단될 우려가 상당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 전문가는 “재개발사업의 경우 마용성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사업성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는데 임대주택 의무비율이 상향되면 조합원 부담이 가중돼 사업을 포기하는 곳이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정부의 과도한 욕심이 오히려 임대주택 공급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비업자 업무범위 및 대여 제한

추진위에서 선정한 정비업자의 업무범위를 조합설립 준비로 한정하는 업무범위 제한조치에 대해서도 반발이 거세다.

정비업자는 추진위 단계에서 선정돼 조합설립을 비롯해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 사실상 정비사업의 모든 분야를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보통 추진위 단계에서 선정된 정비업자는 조합설립 이후 조합원 총회의 추인을 통해 지위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조치로 인해 조합설립 준비까지 업무 범위가 제한된다면 조합설립 이후 다시 입찰 절차를 거치는 재선정 과정을 가져야 한다. 이는 정부가 없던 문제를 만들고 조합에 혼란과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한국도시정비협회 관계자는 “정부 발표대로 추진위가 선정한 정비업자를 조합설립 후 재선정하도록 한다면 정부가 나서서 과당경쟁을 부추기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렇지 않아도 가혹한 상황에서 어렵게 꾸려가고 있는 정비업자로선 두 차례에 걸쳐 치열한 수주경쟁을 치러야 하고, 조합 입장에서도 수년간 협력해온 정비업자를 무리하게 변경할 경우 적지 않은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비업자에 의한 운영비 대여 제한 조치는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현재도 조합․추진위에 운영비를 대여할 정도로 재정상황이 탄탄한 정비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 때문에 정비업자를 대신해 공공에서 이를 지원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 경우 공공관리를 통해 사업비 대여가 가능하지만 지방의 지자체는 이 같은 공적 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시도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추진위가 요청하는 사업비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선 추진위와 조합에서는 공공관리의 실효성에 대해 반대 의사를 나타내는 이들이 상당하다.

흑석동의 한 재개발조합장은 “공공관리제를 통해 사업을 진행했지만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한 자금지원에는 턱없이 부족해 사실상 제대로 추진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보상, 실효성 논란

서울시가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에게도 재개발과 같은 보상대책 도입을 강행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서울시는 재건축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철거 세입자에게 재개발에 준하는 손실보상을 강제할 방침이다. 손실보상대책으로는 주거이전비, 동산이전비, 영업손실보상 등을 포함한다. 손실보상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로서 용적률을 최대 10%까지 부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시는 “대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세입자 손실보상을 사업시행계획(변경) 인가조건으로 의무화할 계획”이라며 “정비계획 단계부터 용적률 인센티브를 명시하고, 도시계획위원회(재정비촉진지구의 경우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한다”고 밝혔다.

세입자 보상대책을 법에 명시한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은 관련 근거가 없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법적근거를 마련하고자 도시정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시정비법에 의해 같은 법률안에 묶여있지만 재건축과 재개발은 사업의 성격과 법적 기반이 다른 사업이다. 때문에 단독주택 재건축 세입자에게 재개발과 같은 보상대책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법리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서울시가 상응조치로 제시한 용적률 인센티브에 대해서도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재건축사업에서는 임대주택 의무건립, 기반시설 설치 등에 따른 보상급부로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 문제는 법적 상한 용적률의 한계로 인해 인센티브로 받은 용적률을 다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서울시가 세입자 보상대책으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준다 해도 이는 그림의 떡일 뿐

실제론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는 것. 시의 용적률 인센티브가 현실적으로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층수제한 해제나 기반시설 설치비율 재조정 등 조합에 필요한 실질적 인센티브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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