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조합원 선동해 이익 얻으려는 세력 존재 … 혼란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 몫

정부의 계속되는 정비사업 규제와 지자체의 갑질행정 등으로 인해 정비사업 현장의 사업동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현장에서는 조합운영에 반대하는 일명 ‘비대위’의 활동으로 인해 이중고를 겪는 조합이 늘어나고 있다.

비대위로 불리는 이들의 활동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 와서는 좀 더 다양하고 체계적인 모양새를 갖추는 등 갈수록 진화하고 있어 조합 운영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수많은 조합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도시정비사업의 특성상 어느 곳이나 조합 운영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렇게 조합에 불만을 갖고 있는 일부 조합원들을 선동해 집행부 교체 등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배후 세력들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동안 조합운영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원만한 사업진행을 해오던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에서도 최근 비대위의 활동으로 인해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

1,2,4주구의 비대위 격인 발전위원회(이하 발전위)는 지난 16일 단지 인근의 엘루체컨벤션에서 “10월로 계획되어 있는 이주개시를 2021년 3월로 늦춰야 한다”며 설명회를 개최했다.

1,2,4주구 발전위의 설명회에 관심이 집중됐던 것은 이날 발전위가 분양성공으로 스타덤에 오른 인근 모 조합의 A조합장을 초청해 설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날 A 조합장은 “설계변경에 따른 인허가 등을 고려하면 2021년 3월부터 이주가 가능하고 2022년 3월에야 착공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착공이 1년 늦어지면 금융비용 이자손실이 1000억원을 넘을 수 있다”며 “10월에 이주를 시작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현대건설의 제안사항도 먼저 정리가 되어야 하고 CM업체 선정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합에서는 정비계획 변경과 심의 절차를 이주·철거 등과 병행해 진행할 수 있고 현대건설과의 협의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타 조합 관계자들도 “시간과의 싸움인 재건축에서 사업계획 변경 등은 절차를 진행하면서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2100세대가 넘는 조합원 규모를 고려했을 때 예상치 않게 이주 작업에 시일이 더 필요할 수도 있고 둔촌주공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석면조사와 해체에도 시일이 소요될 수 있어 예정대로 이주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조합원들이 혼란을 겪자 조합에서는 26일 총회에 앞서 지난 23일 ‘정비계획 변경(안) 설명회’를 개최해 발전위에서 주장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고 질의응답을 통해 조합원들의 궁금증을 해소했다.

결국 26일 진행된 총회에서는 큰 이견 없이 모든 안건이 조합의 원안대로 가결됐으며 CM업체 선정도 무리 없이 진행됐다.

일련의 과정에서 정비사업 관계자들이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발전위의 설명회에서 조합을 비판한 A조합장이다. 현직 조합장의 신분으로 비대위의 편에 서서 인근 타 조합의 내부 상황에 관여한 것은 도를 넘어선 것이라는 지적이다.

비대위로 인해 조합원이 혼란을 겪는 일이 발생하게 되면 결국 사업지연으로 조합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은 정비사업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관계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조합집행부의 비리 사실이 명백하거나 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중대한 하자가 아니고서는 오히려 조합원 갈등으로 인한 리스크가 훨씬 더 크기에 대부분의 비대위들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런 점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현직 조합장이 인근 단지의 비대위와 손잡고 조합에 혼란을 가져왔다는 점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정당화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A조합장이 인근 단지 CM용역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모 업체의 실질적 대표자로 의심된다”며 “1,2,4주구에서도 이권에 개입하기 위해 활동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합원 갈등과 집행부 혼란이 사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조합원 피해로 귀결되는지 인근 3주구의 사례를 보면 바로 드러난다”며 비대위로 인한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사업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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