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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제,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아파트지구 일몰제 적용 ‘이중잣대’ 논란 … 구역해제시 재추진 사실상 ‘불가’
2019년 07월 26일 (금) 16:10:12 김진성 기자 kjs@rcnews.co.kr

   

정비사업 일몰제 적용이 내년 3월로 다가오는 가운데 법 시행의 부조리함과 함께 이에 반발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당초 일몰제는 사업추진이 이뤄지지 않는 정비사업의 출구전략으로 도입됐지만 작금에 이르러서는 멀쩡한 사업구역을 강제로 해제시키는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

일몰제는 ▲정비구역지정 예정일부터 3년간 정비구역 미지정시 ▲정비구역 지정·고시일 부터 2년간 추진위원회 승인 미신청시 ▲정비구역 지정·고시일 부터 3년간 조합설립인가 미신청시 ▲추진위원회 승인일 부터 2년간 조합설립인가 미신청시 ▲조합설립 인가일부터 3년간 사업시행인가 미신청시 등에 해당하는 경우 정비구역에서 해제하는 내용이다.

또한 2012년 2월 1일 이전에 지정된 정비구역의 경우 2020년 3월 1일까지 조합설립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 시·도지사가 정비구역을 해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일몰제의 이중잣대 논란

43여년전에 아파트지구로 지정됐었던 압구정3구역의 경우 아파트지구가 난데없이 정비구역으로 간주됨에 따라 일몰제가 적용되는 날벼락을 맞게 됐다. 문제는 조합설립을 위해서는 정비구역지정 및 정비계획수립이 이뤄져야 하는데, 서울시에서 관련 인허가 절차를 보류하고 있어 사면초가에 처한 상황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일몰제를 적용할 때에는 아파트지구를 정비계획으로 인정해 일몰제가 적용된다고 하면서 재건축 인허가를 요청할 때에는 정비계획이 수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거부하고 있다”며 일몰제 적용의 이중적 행태를 성토했다.

이어서 “일몰제의 도입 취지가 주민들의 사업추진 의지가 부족해 사업이 지지부진할 경우 비용 낭비를 막기 위해 법적으로 사업을 중단시키는 것인데, 압구정3구역의 경우 주민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서울시가 만든 아파트 지구단위계획 때문에 일몰제에 적용됐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귀책사유는 결국 서울시한테 있다”고 주장했다.

압구정3구역을 비롯해 서초구 신반포 2·4·25차, 여의도 광장아파트 등 1976년 ‘아파트지구’로 지정된 단지들은 아파트지구가 정비구역으로 간주됨에 따라 자동적으로 일몰제 대상에 포함된다. 따라서 정비구역 해제를 면하기 위해서는 내년 3월 1일까지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해야 한다.

만일 정비구역이 해제되면 사실상 정비사업의 재추진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의 경우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면 강화된 안전진단을 통과한 후 다시금 정비계획 수립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구조안정성이 크게 강화된 새로운 기준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아 재건축 추진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대부분이다.

재개발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구역이 해제되면 신축 건물이 우후죽순 들어설 것이고, 이로 인해 노후불량 건축물비율 등 정비구역 지정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것. 정비사업 관계자들은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면 강화된 규정을 적용받기 때문에 사실상 정비사업 추진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형평성 논란 뒤이어

이중 잣대 논란에 이은 형평성 논란도 심상치 않다. 지난 3월 서울시는 각 자치구에 38개 해제예정 구역을 고지했다. 이런 와중에 서대문 가재울7구역과 북가좌6구역, 광진 자양7구역과 서초 방배4구역 등은 일몰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는 일몰제가 현행 도시정비법상 정비구역 지정 이후 추진위가 승인된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기 4개 구역은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 이전 추진위원회가 승인된 곳이어서 일몰제 적용을 받지 않게 된 것. 이에 따라 조합설립을 이루지 못한 추진위라는 동일한 조건에서 한쪽은 구역이 해제되고 다른 쪽은 무사한 상반된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 이 같은 맹점으로 인한 형평성 논란은 정부당국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초 은평 증산4구역이 일몰제에 의해 구역해제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최근 반포동 신반포궁전아파트도 정비구역에서 해제된다. 지난 2015년 5월 추진위 승인을 받은 신반포궁전의 경우 아직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못해 구역해제 대상이 됐다.

 

∥성북3구역 서울시 직권해제 무효 판결

한편, 서울시가 일몰제 적용 등을 통해 과도하게 정비구역에 대한 직권해제를 진행하면서 이에 대한 무효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성북3구역 조합이 서울시와 성북구를 상대로 제기한 정비구역 해제고시 무효 소송에서 조합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서울시의 2017년 10월 10일자 성북3구역 정비구역 해제고시와 같은 해 11월 9일자 성북구청의 성북3구역 조합설립인가 취소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하고 소송비용 역시 피고들이 부담하도록 했다.

이는 역사문화 보존을 이유로 주민투표도 없이 직권해제한 사직2구역에 대해 대법원 무효 판결이 난 이후 두 번째로 서울시의 일방적 출구전략에 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

성북3구역은 2008년 8월 구역지정을 받고 2011년 5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으나 2017년 10월 서울시는 사업시행인가 이후 4년 이내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지 않았고 주민 의견조사 결과 사업 찬성자가 50% 미만이라는 이유로 구역을 해제했다.

당시 서울시는 2016년 3월부터 2017년 1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조례를 통해 토지등소유자 3분의 1 이상이 정비구역 해제를 요청하고 주민의견 조사 결과 사업 찬성자가 50% 미만인 경우 정비구역을 직권해제할 수 있도록 했다.

성북3구역은 전체 토지 등 소유자 576명 중 399명이 주민의견 조사에 참여해 251명이 사업 추진을 찬성해 전체의 43.58%로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며 구역을 해제 한 것.

이에 대해 조합에서는 “관리처분인가 신청이 4년 이상 늦어진 것은 관할 구청이 정비구역 변경을 요청해놓고 시간을 끌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할 수 없었다”며 “구청이 고의 지연한 기간을 제외하면 4년이 경과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조합의 책임이 없는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경우에는 경과 기간에서 제외돼야 한다”며 “서울시 처분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2011년 6월부터 직권해제된 2017년 10월 사이 약 3년 8개월은 외부 요인에 의해 지체된 기간이라고 판단한 것.

또한 “주민 찬반투표에서 사업 찬성률이 과반이 되지 못한 것도 사업 추진이 지체된 데 따른 실망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서울시가 다른 대도시의 정비구역 해제에 관한 조례 내용에 비춰 상당히 폭넓은 재량권을 가진 만큼 행정 처분을 취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이익 비교를 더 엄격히 해야 한다”며 “사업에 찬성하는 다수의 토지 등 소유자의 이익과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공익이 이 사업에 반대하는 소유자의 이익과 재산권 제약으로 인한 불이익보다 훨씬 중대하다”고 밝히고 “시의 처분은 비례의 원칙에 반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번 법원의 판결에 대해 서울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서울시의 입장에 대해 정비사업 관계자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재건축․재개발구역 해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서울시가 사직2구역에 이어 성북3구역까지 법원의 판단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서울시의 사직2구역의 직권해제에 대해 최종 무효 판결을 내렸으나 서울시는 이에 반발해 “국토부와 협의해 도시정비법에 규정된 지자체장의 정비구역 직권해제에 대한 위임 사항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법을 바꿔서라도 사업을 막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됐다.

서울시의 계속되는 횡포에 맞서 사직2구역 조합에서는 지난달 말 박원순 시장과 진희선 행정2부시장 등 서울시 담당자 4명을 상대로 “2014년부터 2017년 3월까지 직위를 이용해 재개발 사업시행인가 승인권을 가진 종로구청장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는 등 직권남용을 했다”며 대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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