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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검’ 전화번호 공개, 누구를 위하여?
투명한 사업추진 위해 불가피 VS 상업적·악의적 용도로 변질 우려 높아
2020년 06월 15일 (월) 16:07:48 이현수 기자 lhs@rcnews.co.kr

근래 들어 개인정보에 대한 경각심이 커져감에 따라 조합원 정보공개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조합원 또는 토지등소유자(이하 조합원)’가 요청하는 경우 ‘추진위원장 또는 사업시행자(이하 조합)’는 조합원 명부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조합원 명부엔 공개여부가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겨있어 이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제기돼왔다.

특히 전화번호의 경우 주민등록번호와 더불어 본인인증 및 식별절차 등에서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하다보니 이의 공개여부에 대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전화번호 공개를 둘러싼 논란을 살펴보고 개선방향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주민등록번호 제외한 개인정보 모두 공개”

조합원 정보공개 관련 현행 법규정에 따르면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하고는 공개 범위가 정해져있지 않다. 다시 말해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한 모든 정보공개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도시정비법 제124조(관련 자료의 공개 등) 제3항에 따르면 “추진위원장 또는 사업시행자는 제1항 및 제4항에 따라 공개 및 열람ㆍ복사 등을 하는 경우에는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하고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방법 및 절차에 따라 공개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상기 제4항에 의거 “조합원, 토지등소유자가 토지등소유자와 조합원 명부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류 및 관련 자료 등을 열람·복사 요청을 한 경우 추진위원장이나 사업시행자는 15일 이내에 그 요청을 따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위와 같은 정보공개 조항이 문제가 되는 까닭은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주요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공개대상 범위에 제한이 없어 해석이 분분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실무에서 크고 작은 논란이 발생하고, 이는 다시 소송으로 비화되는 일이 잦아 도입 취지가 무색한 지경이다.

특히 논란의 핵심인 휴대전화번호 공개 관련 법원의 판단이 ‘공개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했다가 ‘개인정보 보호에 반한다’며 비공개 입장을 밝히는 등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전화번호 공개에 법원도 ‘갈팔질팡’

지난 2014년 8월 서울행정법원은 “조합원에게 전화번호를 포함한 조합원명부를 공개할 공익이 존재한다”면서 전화번호 공개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소송을 제기한 조합측은 “주민등록번호와 동등하게 개인정보 식별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전화번호를 공개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정보주체인 조합원 개인의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따르지 않을 경우 조합장에 대해 형사처벌 절차의 진행을 예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비공개 대상 정보는 주민등록번호에 한정되고, 추진주체는 조합원에게 전화번호를 포함한 조합원 명부를 공개해야할 공익이 존재한다”며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조합원명부에 기재된 전화번호는 조합원명부 그 자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자료’로 봄이 타당해 공개에 응해야 한다는 것.

 

한편 2015년 11월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한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조합원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에 대해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휴대전화번호는 개별 조합원이 명시적으로 공개를 허락하지 않는 이상 공개해서는 아니 된다”고 했다. 조합이 조합원명부에 대해서만 열람·복사를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명시적으로 그 명부에 조합원의 개인 휴대전화번호까지 기재해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

당시 법원은 조합원의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주민등록번호를 명시적으로 제외한 점을 거론했다. “휴대전화번호는 주민등록번호와 함께 본인 인증이나 식별 절차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휴대전화번호는 조합원이 공개를 허락하지 않으면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합도 찬반 양론 분분

통상적으로 정비사업조합의 대부분이 전화번호를 공개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조합 집행부에 반하는 조합원들, 흔히 비대위라 불리는 이들이 전체 조합원의 전화번호를 손쉽게 입수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근래 들어 카OO톡과 같은 SNS 등이 발달함에 따라 전화번호만 얻으면 검증되지 않은 사항이나 왜곡된 정보들을 무차별적으로 조합원에게 발송할 수 있어 논란이 크다. 물론 거짓 정보가 오래 가지는 못하더라도 선동에 휩쓸려 괜한 분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은 사실이다.

반면 투명한 사업추진을 위해 전화번호 공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서울의 A재개발 조합장은 “비정상적인 조합 상황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전화번호 공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A조합장은 “조합원 입장에서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 전화번호가 없으면 안내문과 같은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경우 소통의 시간적 간격이 길어 효과가 떨어진다”면서 “문자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조합 현황을 알린다면 파행적 운영을 막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업체에서 취득해 영업행위를 한다거나 다른 상업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등의 폐단이 있을 수 있어 이와 관련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체적 세부규정 필요성 증대돼

정보공개의 필요성과 취지를 이해하면서도 실무적으로 세부규정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B조합장은 “사업에 관심이 없던 한 조합원이 있었는데 어느 날 조합에 방문해 명부를 요청하고 나타나지 않았다. 그 후 특정 건설사가 구역내에서 활동하는 것을 보고 어떤 연관이 있지 않나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현행 규정상 요청하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명부가 차후 어떻게 활용될지 알 수 없어 조합원 입장에서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라며 “소통을 위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전화번호까지 공개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의문이 크다”고 했다.

C조합장은 ‘사용목적’에 대한 제한규정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정보공개 요청시 필요한 사용목적만 기재하면 공개해야하는 상황인데, 문제는 사용목적이 본 사업과 관계가 없거나 불분명한 사유를 기재해도 조합으로선 공개의무를 피할 수 없다는 것.

C조합장은 “서울시와 국토부 등 질의회신에 따르면 사용목적이 본 사업과 관계가 없더라도 공개하지 말라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사용목적만 기재하면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어떤 조합원은 ‘중개업’을 기재한 사례가 있었으며, 심지어 ‘그냥’이라고 목적을 밝혀도 명단을 공개해야하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서 “조합원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으니 그런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해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사용목적의 제한규정을 통해 본 사업에 해당하는 것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휴대전화번호는 주민등록번호와 성격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공개에 신중해야 하며, 부동산 중개업소에 남용되는 등의 악용사례가 있기에 사용목적을 벗어난 행위에 대해 처벌규정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보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식지 않고 있는 가운데 조합의 처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보공개를 거부할 경우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공개된 전화번호가 악용된 경우 제3의 피해를 입은 조합원으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조합은 전화번호 공개를 대비해 사전에 조합원에게 공개 여부 의사를 묻기도 한다. 다만 이 같은 방법은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정보공개 논란이 근원적으로 해소되기 위해서는 정보공개 대상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등 세부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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