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거 후처리’ 탈피해 배출자 책임 가속화 … 각 지자체, 음식물쓰레기 감량기 확대지원 활성화

음식물 쓰레기는 어느 집이나 처리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끼니때마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고, 쌓아두자니 불쾌한 냄새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다반사다.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가 도입된 이후 각 가정에서는 이 같은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왔다. 정비사업 현장에서도 여러 방법이 동원됐지만 구조적으로, 운영상의 문제점이 제기돼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

 

∥디스포저, 하수처리 시스템상 문제점 많아

음식물 쓰레기 처리방법에 있어서 주방용 오물 분쇄기(이하 분쇄기), 일명 ‘디스포저’는 논란의 중심에 자리한다. 이와 관련 여러 논란을 살펴보기에 앞서 분쇄기가 도입된 배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음식물 쓰레기 처리방법의 대부분은 ‘선수거 후처리’ 형태로 이뤄진다. 즉, 음식물 쓰레기를 먼저 분리·배출한 이후 자원화시설로 이송돼 처리되는 방식이다. 이처럼 분리·배출을 하려면 음식물 쓰레기를 직접 들고 승강기 등을 타고 내려와 전용용기로 옮겨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한다.

분쇄기는 이 같은 불편함과 악취 등 위생상의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도입됐다.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면 곧바로 싱크대에 설치된 디스포저(분쇄기)로 갈아서 하수관에 배출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리함으로 무장한 분쇄기는 환경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해 사용이 금지됐다. 다량의 음식물 쓰레기가 무단으로 하수관에 배출됨에 따라 하수관 막힘과 부식, 하수종말처리장의 운영부하 증가, 하수도 사용료 비용부담의 형평성 등 각종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음식물 쓰레기 자원화 방침과는 정반대의 처리개념이라 허용될 수 없었다. 일설에 따르면 분쇄기 사용을 강하게 반발한 주요 세력이 자원화시설이라는 의견도 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의 대부분을 자원화시설이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분쇄기가 정착되면 시설의 존립 여부가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계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분쇄기는 높은 편의성과 현실적으로 제재하기 어렵다는 취약성을 틈타 빠르게 확산됐다. 정부는 분쇄기의 무분별한 확산을 방지하고자 대안을 마련했지만 그 효용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아 있다.

현재 관련 법령에 따르면 주방용 오물 분쇄기는 분쇄된 음식물 쓰레기의 80% 이상을 회수하거나 20% 미만으로 배출하는 것을 전제로 사용이 허가되고 있다. 이에 음식물 쓰레기를 회수하기 위해 기존 분쇄기에 회수장치를 추가한 형태의 제품이 시판 중이다. 하지만 회수장치를 분리해 분쇄기만 사용한다던지 회수장치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등 실제 분쇄기를 사용함에 있어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차단하고자 위법한 제품 사용시 사용자에게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판매자에게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 정부가 분쇄기를 사용하는 각 가정을 일일이 조사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분쇄기의 불법적 사용에 의한 음식물 쓰레기 배출은 현행 하수도 시스템의 과부하를 초래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그에 대한 피해는 사용자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 주민 모두가 짊어져야할 것이다.

 

∥자동집하시설, 음식물 쓰레기 처리 부적합?

디스포저가 개별 세대 차원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식이었다면 자동집하시설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광역적 해결책으로 고안됐다. 기존 하수관로가 아닌 별도 관로 이설이 필요한 자동집하시설은 기존 아파트가 아닌 신축아파트, 특히 정비사업장과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자동집하시설 방식 또한 음식물 쓰레기 등의 분리배출에 따른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도입됐다. 먼저 주방 또는 복도, 그리고 옥외 등에 별도의 이송 관로를 설치하고 음식물 쓰레기 등을 버리면 진공흡입을 통해 외부로 배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도입초기엔 각 동별에서 배출된 쓰레기를 단지내 집하장으로 일시 보관했다가 쓰레기 배출

차량에 의해 자원화시설로 이송되는 형태를 갖췄지만 근래 들어 단지 외부에 마련된 집하장으로 이송되도록 시스템을 갖춰 분리배출에 따른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다만 경제적으로 과도한 처리비용이 발생한다는 점과 더불어 수거방법의 편의성을 개선했을 뿐 배출량 자체는 변화가 없기에 환경적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제적 측면의 경우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 자체는 변함이 없는 상황에서 전용 이송관로와 상당한 규모의 집하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또한 진공흡입 방식으로 운용되는 이송관로와 집하시설을 유지·관리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

최근 감사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내포신도시 건립시 도입하기로 한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에 대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내포신도시는 쓰레기 처리 방법으로 자동집하시설을 도입하기로 하고, 일반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하나의 관로로 집하하는 단일 관로 방식을 채택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임시 운영 과정에서 일부 쓰레기가 이송되지 않은 채 관로에 잔류됐고, 이로 인해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가 뒤섞여 정상 운영이 어려워졌다는 것. 결국 일반 쓰레기만 자동집하시설을 이용하고, 음식물 쓰레기는 종전의 문전수거 방식을 취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통보문에 따르면 관계기관 논의 과정에서 음식물 쓰레기는 자동집하시 시설 조기 노후화 및 악취 발생 등의 문제가 있어 별도 방법으로 집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음식물 쓰레기 제로 시대

지난 호에 거론하였듯이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대한 정부 방침은 원천 감량을 위한 발생자 부담 원칙이 강화되는 추세다. 현재는 처리비용의 대부분이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지만 조만간 배출자 부담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기조 변화는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 음식물 쓰레기 감량기 보급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에서 엿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배출자가 직접 음식물 쓰레기를 감량해 처리비용을 절감하는 경우 해당 지자체에서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디스포저와 자동집하시설은 각각 장단점이 명확하고 차이점이 있지만 공통점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분리배출에 따른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 고안됐지만 환경적 측면에서 원천감량을 중시하는 미래 패러다임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다만 기존 음식물 쓰레기 처리방법에 한계가 있다 해도 앞으로도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제로(0)로 만드는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소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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