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가 현실화, 분양가 상승과 초과이익 부담금 완화 ‘견인차 역할’

재산세 등 세부담 가중 요인으로 지적됐던 공시지가 현실화가 늪에 빠진 민간 재건축 시장의 구세주로 떠오르고 있다.

작년 11월 3일 정부는 부동산 공시가격이 적정 수준의 시세를 반영할 수 있도록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공시가격은 조세·복지 등 우리사회 여러 분야에 활용되는 국민부담의 형평성과 복지제도의 공정성 등을 담보하는 기반이나, 그간 50∼70% 수준의 낮은 시세반영률, 유형·가격대별 현실화율 격차 등 불형평·불균형 문제가 계속 지적돼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동주택은 2020년 현실화율 69.0%에서 10년에 걸쳐 90%로, 단독주택은 2020년 현실화율 53.6%에서 15년에 걸쳐 90%로, 토지는 2020년 현실화율 65.5%에서 8년에 걸쳐 90%로 제고할 계획이다.

강력한 규제로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재건축시장에 재산세 등 조세부담의 가중은 엎친데 덮친 것과 같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한동안 조합의 숨통을 옥죄었던 공시지가 현실화가 역으로 ‘분양가 상한제’와 ‘초과이익환수제’의 규제완화 효과를 이끌고 있어 역설적인 상황이다. 상한제와 환수제 등이 폐지되지는 않았지만 꽁꽁 막혔던 재건축사업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 HUG보다 높다

지난 8일 서초구 분양가심의위원회는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사업인 ‘래미안 원베일리’ 일반분양가를 주변시세 대비 60~70% 수준인 3.3㎡당 약5668만원으로 결정했다. 일반분양가 기준 역대 최고 수준으로 토지비 4200만원과 건축비 1468만원을 더한 수치다.

작년 7월 신반포3차·경남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3.3㎡당 4891만원의 분양가를 제시받은 바 있다. 하지만 조합이 주장한 5700만원과는 차이가 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기로 했다.

당초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으면 HUG측 분양가보다 10% 가량 낮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예상보다 높은 분양가가 발표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는 공시지가 현실화에 의해 토지 감정가격이 상향 평가돼 분양가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신반포3차·경남의 전용면적 84㎡형의 기준 분양가는 약 19억원대로 알려지며, 조합은 3월경 일반분양을 진행할 예정이다. 상한제를 적용받은 분양가가 HUG측보다 높게 나옴에 따라 둔촌주공, 신밚포15차 등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는 재건축단지는 관련 절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공시가격과 택지비 평가액, 인과관계 없다”

상한제를 적용한 분양가가 공시지가 현실화에 의해 높게 나왔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국토교통부는 반박 설명을 내며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당초 예상보다 높게 평가된 분양가 상한제를 두고 거론되는 상한제 무용론을 차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당시 국토교통부는 HUG의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분양가보다 5~10% 가량 낮게 책정될 것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신반포3차·경남 사례에서 나타나듯 HUG보다 높게 나타남에 따라 국토부 입장이 난처해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최근 공시지가 현실화율 제고로 인해 분양가 상승을 초래했다는 일부 언론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택지비 감정평가는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초로 산정하되 객관적인 시장가치를 감안해 보정하므로 공시지가 현실화율과 택지비 감정평가액 사이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밝힌 분양가 차이의 원인은 원베일리가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가산비가 상당액 반영됐으며, 최근 주변 집값 상승에 따른 지가상승분도 일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해당 토지의 감정평가 기준일(20.8월)과 HUG 심사일(20.7월)은 차이가 거의 없으며, 동 시점 표준지 공시지가는 모두 2020년 1월 1일 기준 가격으로 변화가 없어 공시가격 현실화가 택지비 상승을 초래했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국토부와 다르다. 택지비는 상한제에 따른 분양가를 구성하는 요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공시지가를 바탕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공시지가가 상승하면 분양가 역시 상승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 제기되는 분양가 상한제의 무용론과 ‘로또청약’에 따른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상한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시지가 현실화로 일반분양가가 상향조정됨에 따라 재건축 추진동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공시가격 현실화로 초과이익 부담금 감소 전망

공시지가 현실화를 통해 규제완화 효과가 예상되는 또 다른 분야가 바로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부담금 부분이다. 지난 25일 국토교통부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재건축부담금 결정·부과를 위한 개시시점 주택가액 산정시 종료시점 실거래가격 비율을 적용한 조정 가액을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 및 재건축부담금 결정․부과를 위한 검증절차를 명확히 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미비점을 개선하려는 것을 주요 사유로 밝히고 있다.

풀이하자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의한 공시가격 상승을 보정하기 위해 종료 시점의 현실화율을 개시 시점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제고함에 따라 개시시점에 비해 종료시점의 현실화율이 높아짐에 따라 발생하는 공시가격간 형평성을 보완한다는 것.

즉 개정안에 의거 개시시점 공시가격을 상향하면 준공시점과의 차액이 줄어들어 부담금이 감소될 전망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사업 개시시점과 종료시점간 차액에서 정상주택가격 상승분과 개발비용을 제외한 남은 금액을 초과이익으로 간주하고, 부담금을 부과한다. 초과이익이 조합원당 평균 3천만원을 초과하면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추진위 승인 시점을 개시시점으로, 준공인가일을 종료시점으로 본다. 이 때 개시시점과 종료시점의 주택가액을 판단하는 근거로 공시가격을 사용한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입법예고는 29일까지 진행되며, 2월 19일부터 개정내용이 시행된다.

업계에서는 초과이익 부담금 완화가 예상되는 이번 개정안을 환영하면서도 보다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추가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민간 재건축사업의 규제를 완화해야한다는 것. 이에 따라 사업개시시점을 현행 추진위 승인에서 최소한 조합설립인가 시점으로 조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저작권자 © 주거환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