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기금투자심의 완료 기대 … 내년 상반기 수용절차 마무리 전망

미추8구역 전경
미추8구역 전경

인천 미추8구역이 오랜 굴곡을 딛고서 마침내 관리처분 절차를 통과했다.

지난 8월 9일 미추홀구청은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주안동 1536-17번지 일원 미추8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에 대하여「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제78조에 의하여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하고 동법 동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고시한다”고 밝혔다.

미추8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조합장=권나경)은 지난 2008년경 재개발사업을 시작해 2011년 7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2010년 중반에 불어 닥친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수년간 사업추진이 답보상태에 머물렀고, 이를 타개하고자 민간기업형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뉴스테이로 사업방식을 변경해 사업을 지속해왔다. 도중에 인근 구역이 해제되며 사업여건이 변화해 고비를 맞이하기도 했지만 이를 극적으로 극복해 관리처분계획 수립에 매진해왔다.

권나경 조합장은 “어렵고 힘들었던 지난 과정에도 불구하고 조합을 믿고 협조해주신 조합원 여러분들에게 죄송스러우면서도 너무 감사하다”면서 “기금투자심의를 비롯해 이주와 철거 등 남은 일정이 많지만 조합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뉴스테이로 새로운 돌파구 마련

미추8구역은 인천의 첫 뉴타운이라 할 수 있는 주안2·4동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며 재개발 추진이 본격화됐다. 2011년 조합설립을 통과했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주택시장이 냉각됨에 따라 건설사가 미분양을 우려하며 참여를 주저했기 때문이다.

미추8구역의 경우 조합설립 이후 시공사 선정 절차를 세 차례나 진행했지만 모두 유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권나경 조합장은 “당시엔 시공사를 찾아가 참여 의향을 문의하려 해도 아예 만나주지도 않는 상황이었고, 심지어 메이저가 아닌 중견 건설사조차 관심이 없었다”면서 “그렇게 4~5년이 경과함에 따라 운영자금도 바닥나 전기세도 내기 어려울 지경”이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대로변에 대형건물이 많은 미추8구역의 경우엔 건설사들이 참여의사를 밝히기 매우 꺼렸다고 한다. 대형건물이 많을수록 현금청산에 따른 청산비용이 많아지고, 그만큼 일반분양 물량이 많기에 오히려 미분양 리스크가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일반적으로 일반분양 물량이 많으면 사업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분양시장이 얼어붙은 당시 상황에서는 도리어 악조건이었던 셈이다.

정체됐던 사업이 전환점을 맞이한 것은 2015년 하반기 뉴스테이 연계형 사업방식이 소개되면서부터다. 용적률을 높여주는 한편 처치 곤란한 일반분양분을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전량 매입하는 뉴스테이 방식은 추진동력을 상실한 미추8구역을 해결할 구세주와도 같았던 것.

권나경 조합장은 “뉴스테이 방식으로 전환하고자 시범 사업지였던 청천2구역을 찾아가 관련 사항을 공부했고, 지대가 낮은 구역 특성상 잦았던 침수 사례를 비롯해 위험물 현황 등 각종 자료를 제시한 결과 다행히도 뉴스테이 공모전에 선정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전체 사업비의 5% 가량의 초기 사업비로 지원받을 수 있었고, 사업을 재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2016년 9월 미추8구역은 대한토지신탁과 기업형 임대주택 매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인근구역 해제, 지옥과 천당을 오가다

뉴스테이 방식으로 전환 이후 사업추진은 순조로웠다. 정부가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주택공급 방안이었기에 인허가가 빨리 이뤄졌던 까닭이다. 2017년 6월 사업시행인가를 득한 조합은 2018년 5월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위한 분양신청을 완료했다. 그러나 관리처분총회를 앞두고 인근 미추4구역 등이 해제되며 결정적 난관을 맞이하게 됐다.

인근 구역이 해제되며 기존 저층 주택지역으로 복귀하게 됐고, 해당 지역의 일조권 보호를 위해 미추8구역에 층수규제가 가해졌기 때문이다. 건립물량 수백세대가 증발하는 것은 물론 추가 용적률 20%도 활용할 수 없게 됐던 것. 더 큰 문제는 설계 변경에 따른 사업지연의 장기화였다.

물가상승에 따른 각종 사업비용이 증가했으며, 특히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현금청산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던 것이다. 2017년 사업시행인가시 추정금액이 보상비용은 550억원 규모였지만 이것이 2020년 사업시행변경인가시 금액이 1100억원 이상으로 폭증했던 것. 권나경 조합장은 “조합이 대한토지신탁과 업무협약시 맺은 매입비용은 3.3㎡ 875만원이었지만 증가한 보상비용 등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에 매입비용의 재평가가 절실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조합은 매입비용 산정시점인 시세조사 시기를 기존 사업시행인가 기준에서 사업시행변경인가 시점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에서 구역해제로 인해 중대한 설계변경이 불가피했고, 이로 인해 2년 가량 사업이 지연됐기에 변경인가 시점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엔 기존 입장을 고수하던 HUG와 국토부도 조합이 탄원서 제출을 비롯해 매주 시위방문 등 강력하게 대응함에 따라 결국 조합의 입장을 수용하게 됐다. 이윽고 2020년 6월 29일 미추8구역 사업시행 변경인가가 고시됐고, 이를 기준으로 새롭게 매입비용을 평가한 결과 약1330만원 규모로 결정됐다.

이와 관련 권 조합장은 “매입비용 시세조사 시점을 사업변경인가일로 바꾼 것이 아마도 미추8구역 재개발사업의 가장 큰 분수령이었지 않나 싶다”면서 “인근 구역해제로 인해 가혹한 시간을 겪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이유로 인해 매입가 시점을 변경인가일로 바꿀 수 있었고, 덕분에 그간 많이 올랐던 주택시세를 반영해 매입비용을 재산정함에 따라 증가된 보상비용 등을 감당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잠깐 인터뷰 - 미추8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권나경 조합장

“과도한 기부채납, 재개발사업의 가장 큰 저해요소”

 

관리처분 통과 소감은.

관리처분총회 당시 조합원으로부터 박수를 받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믿어주고 고생했다고 인정받은 것 같아 ‘인생을 헛살지는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보람을 느꼈다. 미추8구역 조합원 대부분이 경제적 형편이 그리 좋지는 않다. 실제 재산이 1억원 미만인 분들이 40%가 넘는다. 지금까지 그분들이 겪어온 애환을 잘 알기에 그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여성병원 보상 관련

지금으로부터 20여년전 여성병원이 들어설 당시 적지 않은 편의를 봐주었다. 그간 주민들이 힘을 모아 병원이 성장하도록 많은 희생을 감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측은 기존에 했던 약속을 저버리고 있어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다. 현재 영업보상을 위한 감정평가와 협의를 병행하여 진행 중이지만 보상가 산정에 있어 조합원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

 

제도개선방안에 대해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국가와 지자체에서 기부채납을 너무 과하게 요구한다는 점이다. 사업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 생각한다. 도로, 공원 등 정부가 해야 할 일인데, 이를 조합에 전가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개선된다면 토지등소유자들과도 불만과 갈등 상당 부분이 해소될 것이며, 원활한 사업진행과 주거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향후 일정은

현재 매입비용과 정비사업비 등 사업전반에 걸쳐 다루는 기금투자심사 중이다. 이것이 결정되면 보상평가 부분도 마무리될 전망이다. 올해 안으로 기금심사가 완료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대략 내년 상반기에 수용절차가 완료될 예상이고, 5월경 이주 공고 등 관련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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