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 상당하나 건설사업 시행 측면에서 단점 多 … 개선방안 모색 필요

∥민간시행 정비사업 시행자 유형 및 건설사업 측면에서 성공적인 정비사업의 정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에 따른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원칙적인 시행자는 조합이다. 조합이 시행하는 사업은 2022년 10월 기준 전체 정비사업의 91%에 이를 정도로 가장 보편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조합이 단독으로 시행하는 방식 외에도 조합 또는 토지등소유자가 요청 시 공공(지자체, LH 등), 신탁사가 시행할 수 있으며, 또는 조합과 공공, 혹은 시공사가 공동으로 시행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조합이 존속하면서 타 주체가 사업을 대행하는 방식도 있다(대행수수료 존재).

조합 시행방식 중에서도 조합과 타 주체가 공동으로 시행하는 방식과 신탁사 등이 대행하는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매우 소수에 그치고 있으며, 대부분은 조합이 단독으로 시행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본 고에서는 조합이 단독으로 시행하는 방식(이하 조합시행 정비사업) 중심으로 고찰한다.

정비사업은 대부분이 사유지로 구성된 많게는 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기성시가지에서, 소유자들이 주도하여, 권리변환(공용환권)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부동산개발사업보다 훨씬 복잡한 측면이 있다.

다수의 동의를 얻어 사업을 진행하고, 이주·철거를 위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며, 관리처분 과정을 통해 종후자산·비용·이익을 분배한다는 점 등에서 일반적인 부동산개발사업과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비사업의 요체는 노후 건축물을 철거하고 새로운 공동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건설사업이라 할 수 있다. 그것도, 작게는 수백억 원에서 크게는 수조 원에 이를 정도로 주택사업 중에서는 규모가 큰 편에 속하는 사업이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 건설사업 측면에서의 정비사업 문제(공사비 급등, 사업지연 등)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문제 원인과 개선방안을 살펴보기에 앞서, 건설사업 측면에서 성공적인 정비사업을 정의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건설사업은 사업의 성과목표 달성 여부로 성공과 실패 여부를 가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며, 핵심 판단기준은 사업비, 품질, 사업기간이 꼽히고 있다.

건설사업의 핵심 판단기준을 바탕으로 정비사업의 특성을 함께 고려 시, 건설사업 측면에서 성공적인 정비사업은 ‘① 조합원들의 선호와 니즈에 부합하는 목적물을, ② 조합원들이 부담 가능한 사업비 내에서, ③ 비용 대비 최고의 품질로, ④ 불필요한 지연 없이 신속하게 사업을 완수하는 것’으로 정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조합시행 방식의 장점과 단점

조합시행 정비사업은 장점과 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다. 우선, 조합집행부가 유능하고 도덕적이라고 가정할 시 조합시행 방식의 주요 장점은 아래와 같다. 단, 일부 장점은 경우에 따라서 단점이 되기도 한다.

먼저, 사업과정 전반에 타 시행방식 대비 조합원 의견수렴이 가장 잘 될 수 있는 사업방식이다. 그 이유는 조합원이 집행부를 선출하며, 불신임 시 (타 방식 대비 수월하게) 해임할 수 있고, 조합장에게 상당한 권한이 위임되어 있으나 주요사안은 대의원회나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속적인 제도개편으로 조합원 정보접근성이 상당히 강화되어 조합원들이 손쉽게 사업 진행 과정을 파악하고 필요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조합시행 정비사업은 1983년 합동재개발 도입 이래로 가장 보편적인 기성시가지 재생 방식이다. 따라서, 일반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방식이기에 동의를 받기 유리할 뿐 아니라, 수많은 사례와 판례가 존재하기에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는 데도 유리한 방식이다.

조합은 기본적으로 전체 사업과정을 ‘DIY(Do It Yourself)’ 하는 방식이다. 비록 조합 운영과 시행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합장 및 직원 급여와 협력업체 용역 비용이 수반되나, 시행을 위탁하는 경우 발생하는 수수료 대비 훨씬 저렴하다.

조합장 등 조합임원은 조합원들에게 가장 이익이 되도록 사업을 추진할 의무가 있으며, 만일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다면 선거 등을 통해 견제받는 구조다. 또한, 조합임원도 조합원이기에 조합원과의 이해관계가 대체로 일치한다. 따라서 그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품질 향상 및 개발이익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조합시행 정비사업은 동시에 여러 단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건설사업 시행 측면에서 조합방식의 단점을 파악해 보기 위해서는 역량 있고 기업 지배구조가 양호한 부동산개발회사(이하 개발회사)가 시행하는 주택건설사업과 비교해 보면 단점 파악을 넘어 개선방안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먼저, 발주자(조합) 관련 문제는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역량 있는 개발회사의 경우 자체 자금을 활용하여 건축사․건설엔지니어링업 등 협력업체를 운용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받으며, 계약에 따라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한다. 반면, 정비사업에서 조합도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정비업체), 건축설계사 등을 선정하지만 기성은 물론 계약금마저 지불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오히려 협력업체로부터 조합 운영비를 대여받는 경우도 많다. 용역비와 대여금은 시공사 선정 후 지급 및 반환되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사업성이 양호하지 못한 사업장의 경우 용역사들이 참여를 꺼리게 되어 사업이 상당 기간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외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이기에, 용역비를 지급하기 전까지 용역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또한, 조합은 시공사에게 사업비 조달을 의존하는 구조이기에, 많은 조합이 시공사에 끌려다니게 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공동주택 건설사업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도시·건축 관련 인·허가 전반과 법률, 세무, 회계 등의 지식 외에도 건설공사의 발주자로서 상품설계와 건설사업관리와 관련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는 발주자가 상품설계 분야에 있어 최신 설계 트렌드 등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적기 의사결정 및 발주자 요구사항(Owner’s Requirement)을 스마트하게 전달하여 설계사 등 사업참여자에 대한 섬세한 컨트롤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건설사업관리 관련 높은 이해와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시공계약 및 이후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변경 요청과 높은 품질확보, 공기 관리 등을 위한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

반면, 정비사업 조합은 앞에서 언급한 전문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발주자의 전문성 부족은 사업 지연, 사업비 상승, 품질 저하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공동주택단지 조성은 크게는 조 단위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큰 규모의 건설사업이다. 기업 지배구조(ESG에서 G)가 양호한 개발회사에서는 비리나 대리인 문제 발생이 드물다.

반면, 조합시행 방식의 경우 비록 처벌이 강화(예: 형법 제129조-제132조 규정 적용 시 조합임원은 공무원 의제)되고 지속적인 실태점검을 시행하는 등을 통해 비리가 상당폭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합임원 비리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통상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되는 개발회사는 ‘1주 1표’ 시스템 속에서 최대주주가 최종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직원들을 동원하여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간다.

반면, 조합시행 방식은 많게는 수천 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이 동업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가운데 조합원 간 생각과 경제적 상황이 상이하기에 분쟁이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한, ‘1인 1표’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내려지는 구조 속에서 수시로 비대위가 등장하고, 조합장 해임 발의가 발생하는 등 거버넌스 안정성 측면에서 단점이 있다.

개발회사의 경우 사안별 위임된 자에게 의사결정 권한이 명확하게 부여되어 있고,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내부 시스템이 갖춰진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반면, 조합방식의 경우 민주적 조합 운영과 조합집행부 견제 등을 위한 절차가 세세하게 규정되어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취소 또는 무효 사유가 된다. 예를 들면, 협력업체 선정 입찰 시 「정비사업 계약업무처리기준」을 준수하여 공고 및 일반경쟁경쟁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밖에도 계약 예산편성, 계획수립 등을 위해서는 총회나 대의원회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절차 이행 의무로 인해 사업을 신속하게 시행하기에 상당한 한계가 있다.

다만, 이러한 ‘번거로움’은 조합 운영을 투명하게 하고, 많게는 수천 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이 민주적으로 ‘동업’하기 위해 만든 절차로 인한 것이다. 따라서, 절차 이행으로 인한 사업 지연은 조합집행부의 귀책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정비사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물론 일부 개선이 필요하겠으나) 상당 부분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조합 외 주체로 인한 문제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행정관청의 귀책으로 인한 사업지연 및 이로 인한 사업비 상승과 더불어, 설계자와 시공자의 문제로 인해 사업비가 상승, 사업 지연, 품질저하 등의 문제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설계자와 시공자 관련 문제는 발주자(조합) 전문성 및 사업 자금 부족과 더불어, 공사 발주방식 문제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요약해보면, ‘성공적인 건설사업 추진’ 측면에서 현행 조합시행 방식은 ‘① 조합원들의 선호와 니즈 반영’에는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으나, 나머지 세 기준(② 사업비, ③ 품질, ④ 사업기간)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비록 조합시행 방식이 가지고 있는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언급한 장점과 더불어 타 시행방식이 가지고 있는 단점으로 인해 앞으로도 오랜 기간 주된 시행방식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조합시행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태희 부연구위원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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