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아파트 75% 리모델링 대상 … 재건축과 다른 리모델링 특수성 인정해야

서울의 한 리모델링 추진 단지
서울의 한 리모델링 추진 단지

1층 필로티에 대한 서울시의 수직증축 적용방침은 비단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의 리모델링 추진단지 전체를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트리고 있다. 대부분의 리모델링 단지가 1층 필로티를 수평증축으로 계획하고 그에 맞춰서 각종 인허가 절차를 진행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떨어진 수직증축 적용방침으로 인해 해당 단지들은 사업 일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할 판국이다. 그로 인해 늘어나는 시간과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지 리모델링 단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역설적으로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장이 중대한 변곡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유권해석 변경, 공동주택 리모델링 갈팡질팡

최근 리모델링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1층 필로티 수직증축 적용 논란은 법제처의 유권해석에서 기인한다. 이와 관련 당초 국토부는 1층을 필로티로 전용하고 최상층을 1개층 증축하는 리모델링 방식에 대해 수평증축으로 보고 안전성 검토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법제처의 법령해석을 바탕으로 세대수를 증가하지 않는 수직증축(1층을 필로티 구조로 전용하고 최상층 상부에 1개층을 증축하는 경우 포함)’에 대해 주택법 제46조 제1항 규정 등에 의한 안전진단안전성 검토등이 적용된다고 입장을 바꾸었다.

다만 해당 법령해석의 시달 이후 새로이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단지에 대해서 적용한다는 경과규정과 더불어 이미 조합이 설립된 단지의 경우 해당 지자체별로 안전성 확보 방안을 검토·시행할 수 있다고 밝혀 적용범위를 지자체 재량에 맡겼다.

국토부의 유보적인 입장과 달리 서울시는 조합설립 여부와 관계없이 1층 필로티 전용 사항을 수직증축으로 보고, 그에 수반하는 안전진단 및 안전성 검토 등의 절차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리모델링협의회(이하 서리협)가 밝힌 바에 따르면 서울에서 리모델링주택조합이 설립된 단지는 73,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곳은 58곳 등 총 131개 단지가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다. 이중 일부 단지만 익히 알려진 수직증축을 진행하고 있고, 대부분의 단지가 기존 1층을 필로티 구조로 전용하고 최상층 1개층을 올리는 수평증축 방식을 추진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서울시의 수직증축 적용조치로 인해 대략 100곳 이상의 단지가, 사실상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대부분의 단지에서 추가적인 안전성 검토 등 인허가 절차를 진행해야 하거나 혹은 1층 필로티 구조 전용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수평증축에서 수직증축으로 변경될 경우 2차 안전진단, 1·2차 안전성 검토를 추가적으로 진행해야 하며, 이로 인해 최소한 2년 이상의 사업기간이 늘어날 것으로 추측된다. 사업지연 외에도 안전진단과 안전성 검토 절차를 위한 수억원대의 용역비가 추가되는 한편 장기적으로 공사비 등 제반 사업비가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아 조합원 분담금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권해석이 기존은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것인가? 이번 사태에서 주목할 부분은 주택법에 대한 유권해석의 변경에 따라 촉발됐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리모델링은 별도의 법령 없이 주택법과 건축법 등에서 필요한 조항을 준용해 사업이 이뤄진다.

이렇듯 리모델링을 위한 자체 법률이 없다 보니 곳곳에 모호한 규정이 가득하다. 이런 애매한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 일률적 기준이 아닌 상황논리에 의한 외부변수에 좌우되는 폐해가 발생한다는 것. 리모델링을 위한 전용 법률이 필요한 까닭이다.

 

아파트 3/4 리모델링 대상

지난 9월 서울시에서 발표한 ‘2030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는 4217개의 공동주택이 있다. 이 중 83%3490개소가 아파트단지이며, 세대수로는145만여세대에 달한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향후 리모델링 수요를 예측한 바에 따르면 4217개 단지 중 재건축 가능단지 878, 세대수 증가형 리모델링 단지 898, 맞춤형 리모델링 단지 2198, 일반적 유지관리 단지 243개 등으로 나타났다. 전체 4217개 공동주택 중 73%에 달하는 3096개 단지가 리모델링을 해야한다는 의견이다.

이는 2030년을 기준으로 15년 이상 경과한 단지 중 30년 이상의 재건축 가능 단지를 제외했으며, 현황 용적률이 높아 리모델링 가능성이 높은, 즉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2종주거지역 180% 미만 제외, 3종주거지역 200% 미만 제외)로 산정했다. 또한 개별 단지 특성을 고려해 3개동 미만 단지와 증가세대수 50세대 미만의 경우는 제외했다.

서울시는 리모델링 가능 단지를 판단하는 기준에서 소규모 단지를 제외했는데, 대형단지에 비해 소규모 단지에서 리모델링 추진 가능성이 높은 경향을 고려할 때 차후 리모델링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서리협은 향후 서울의 주거정비사업에서 리모델링이 재개발, 재건축 못지않은 커다란 비중을 차지할 것임을 예고한다면서 서울 시민들의 주거 질 개선과 신규 주택 공급을 위한 공동주택 리모델링사업의 필요성과 실효성에 대해 정부 부처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정리하면 수년내로 서울시 아파트의 3/4 이상이 리모델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는 전망이다. 그간 아파트 중심의 공급현황을 고려할 대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추정된다. 즉 더 이상 리모델링 특별법 제정을 미루지 말고 하루속히 서둘러야 한다는 의미다.

 

리모델링 특별법, 언제 제정되나?

사실 리모델링 특별법 제정을 위한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을 살펴보면 이학영 의원과 김병욱 의원이 공동주택 리모델링을 위한 특별법안을 제기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간 여야간 대치 국면으로 인해 법안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내년부터 22대 총선 모드로 돌입하면 법안 처리는 사실상 불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총선 이후 22대 국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법안이 발의된 이후 리모델링 관련 개선방안이 꾸준히 제기됨에 따라 향후 특별법에 포함되어야할 대표적 사항을 소개해본다. 우선적으로 논의될 부분이 근래 공사비 상승과 관련된 대응방안 마련이다. 이와 관련 서리협은 내역입찰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서리협 관계자는 리모델링사업은 각 현장마다 시공 과정이나 컨디션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내역서에 근거해 공사비를 산출하고, 착공 후 공사비 인상도 도급계약서와 내역서에 근거해 협의하면 부족하나마 객관적인 공사비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설계변경(경미한 변경)을 입찰제안서와 도급계약서를 근거로 변경 근거와 공사비 변경의 근거를 문서로 명확히 하여 시공할 수 있도록 표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역입찰제와 더불어 공사비 검증제 도입도 거론된다. 현재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법에서는 공사비 검증제도를 마련했지만 아직 리모델링 관련 법령에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내역입찰제와 공사비 검증제도가 함께 운용될 경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밖에 현재 2회 이뤄지는 안전성 검토 절차를 1회로 통합하는 인허가 절차 간소화 방안과 리모델링 공사 중인 공동주택에 대한 재산세 면제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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