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내기 정책보다 현실 반영 필요

지구단위계획에 이어 최근 재건축사업장을 강타한 두 번째 '핵펀치'는 소형평형 의무건립 부활 움직이다. 일선 조합들은 "우는 아이에게 매질하는 격"이라며 허탈해하고 있고, 건설업계는 건설업계대로 "재건축사업이 사실상 휴면상태에 들어가게 되면 이는 곧 건설경기 침체로 이어질 뿐"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도시 서민들을 위한 주택정책의 일환으로 서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주고, 주택 임대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소형평형 건립 확대는 환영할만한 조치이다. 하지만, 유독 재건축사업장에만 이러한 불리한 조항들이 계속 적용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미 서울시는 5개 저밀도지구 개발기본계획 당시 소형평형 의무건립을 놓고 해당 지역의 거센 항의로 몸살을 앓았던 적이 있다. 물론 칼자루를 쥔 쪽이 서울시이다보니 해당 지역의 거센 반발도 결국 일정부분 양보받는 선에서 끝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10층 이상의 고층아파트들의 재건축이 추진되는 와중에서 소형평형 의무건립은 사업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을 가름하는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알다시피 고층아파트는 세대수 증가가 거의 없는 1:1 재건축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형평형을 지으라는 것은 주민들의 상당수가 기존평형보다 작은 평형에 입주해야 하는 모순을 낳게 된다. 현재 저밀도지구의 반포지구가 재건축을 추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역시 바로 이 때문이다.
공사비에 있어서도 소형평형을 많이 지을수록 공사비 단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당연히 서민들의 내집마련이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도시서민이나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 다른 서민이나 중산층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다. 서민들의 안정적인 주택공급이나 임대주택 공급은 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의 부담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민간의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못한다.
특히, 현재 대부분의 재건축 사업장이 강남지역에 몰려 있다. 현재 강남지역 신축아파트의 경우 소형아파트에 해당하는 전용면적 18평(분양면적 24평 안팎) 정도면 2억원을 훌쩍 넘어 3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강북지역의 중형아파트 값을 상회하는 금액이다. 24∼5평 아파트를 3억원 가까이 주면서도 기꺼이 살 수 있는 사람들을 서민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결국 소형평형이 아무리 많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서민들은 전세 신세를 면하기 힘들게 되고, 내집마련 역시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가중될 뿐이다.
당장 도시계획조례 제정, 지구단위계획 수립 등 규제조치가 잇따르면서 주택공급 부족, 전월세 폭등, 재건축사업 지연, 주택건설경기 침체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현실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입법취지를 되살리기 위해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직접 현장을 돌아보고 검토하는 적극적인 행정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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