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키방식 ‘철회’ 총액입찰제 ‘추가’ … 정비계획 범위내 대안설계 제시해야

마침내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시기 단축에 따른 세부 기준을 내놓았다.

지난 8일 서울시는 “시공자 선정시기가 앞당겨짐에 따라 신속하면서도 공정한 시공자 선정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특별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이하 선정기준)’을 전면 개정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정비사업의 신속하고 원활한 추진을 돕고자 지난 3월 서울시 도시정비조례 개정을 추진했으며, 이에 따라 시공자 선정시기가 사업시행계획 인가 후에서 ‘조합설립인가 후’로 앞당겨졌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사업 초기에 시공자를 선정해 사업추진 속도는 높이되, 공사비 깜깜이 증액, 무분별한 대안설계 제시 등의 부작용을 줄이고자 각 분야의 전문가로 꾸려진 T/F(전담반)을 구성해 기존 시공자 선정 관련 입찰방식·과정의 보완점 등 논의를 거쳐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7월 공개될 것으로 예상됐던 시공사 선정기준은 내역입찰제를 고수하고 싶었던 서울시의 방침과 현실적 한계가 충돌해 논의과정이 늘어진 것으로 보인다. 건축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내역입찰제를 관철시키고자 설계·시공 일괄발주(이하 턴키) 방식을 도입하고자 했지만 건설사들의 반대에 막혀 기준안을 확정짓지 못했던 것.

이에 따라 논란의 대상이었던 턴키방식을 철회하고, 그 대신에 기존 정비사업에서 통용됐던 총액입찰제를 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리하자면 내역입찰제 고수에서 한발 물러난 서울시가 업계 의견을 반영해 총액입찰제 카드를 제시하는 등 나름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으로 ▲기존 내역입찰 외 ‘총액입찰’ 추가 ▲대안설계 등의 범위는 ‘정비계획 범위 내’로 한정 ▲합동홍보설명회 및 공동홍보공간 외 개별홍보 금지 ▲대안설계 범위 또는 개별홍보 금지 위반 시 해당 업체 입찰 무효 ▲공공 사전검토 및 관리․감독 강화 ▲공동주택 성능요구 및 공사비 검증 의무화 등이 담겼다.

이번 개정안은 행정예고 기간을 거쳐 규제개혁위원회 심의 및 중요문서 심사 후 최종 확정·고시될 예정이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시공자 선정 조기화로 앞으로 조합의 자금조달 등 사업속도 제고에 이바지하여 고품질 주택이 신속히 공급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이 과정에서 시공자와 조합 간 갈등이나 분쟁이 없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시공자 선정문화를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입찰방식 : 내역입찰 또는 총액입찰

먼저 시공사 선정기준의 핵심인 입찰방식에는 조합이 내역입찰제와 총액입찰제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조합(원)이 사업구역의 여건에 맞게 입찰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존의 ‘내역입찰’만 가능했던 방식에서 ‘총액입찰’도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이는 입찰참여자가 공사비의 총액만을 기재해 제출하기 때문에 시공사 선정의 신속, 간소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선정기준 제4조의2에 따르면 총액입찰을 통해 선정된 시공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선정된 날로부터 45일 이내에 공사비총괄내역서와 관련된 물량내역서 및 산출내역서를 조합에 제출해야 한다. 내역입찰의 경우엔 입출참여자는 물량내역서 및 산출내역서를 조합에 제출해야 한다.

 

∥대안설계 : 정비계획 범위로 한정

다음으로 설계범위에 대한 논란으로 말이 많았던 대안설계 범위도 정비계획 범위 내로 확정된다.

시는 “정비계획만 있고 건축계획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공자를 선정하게 되면서 입찰참여자가 무분별하게 대안설계를 제시하지 못하도록 기존에는 사업시행계획의 경미한 변경을 인정했던 대안설계 범위를 ‘정비계획 범위 내’로 한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정비계획’은 도시정비법 제16조에 따라 결정·고시된 정비계획을 말하며, ‘대안설계’는 정비계획의 범위 내에서 창의적인 건축디자인과 혁신 기술 등을 포함해 제안하는 설계안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정비계획 범위’ 안에서만 대안설계를 제시할 수 있으며, 용적률을 10% 미만 범위에서 확대하거나 최고 높이를 변경하는 경미한 정비계획 변경도 허용되지 않는다.

 

∥공사비 검증 의무화

시는 시공자 선정 이후 과도한 공사비 증액과 이로 인한 조합-시공자간 분쟁을 예방하고자 최초 사업시행계획인가 시점에서 공사비를 의무적으로 검증하도록 명시했다.

선정기준 제5조에 따르면 조합은 최초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 분양공고 전에 설계도면, 변경 전·후 물량내역서 및 산출내역서 등 공사비 내역을 증빙하는 서류를 구비해 검증기관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해야 한다. 이 경우 조합은 공사비 검증을 요청한 사실을 공공지원자에게 알려야 한다.

조합이 검증기관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하는 경우 시공자는 변경 전·후 물량내역서 및 산출내역서 등 공사비 검증을 위한 서류를 조합에 제출하여야 하며, 조합은 공사비 검증이 완료된 검증보고서를 총회에서 공개 후 변경계약 체결을 의결받아야 한다.

그밖에 시공자가 조합에 공사비 증액 계약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미리 공공지원자에게 신고해야 하며, 이 경우 공공지원자는 공사비 검증 절차 이행 필요 여부 등을 검토해 조합, 시공자 및 시장에게 통지해야 한다.

한편 모든 입찰에서 작성되는 설계도면은 ‘기본설계도면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여 불명확한 설계도서로 인한 공사비 깜깜이 증액 등을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설계도서 중 설계도면은 국토부 장관이 고시한 ‘주택의 설계도서 작성기준’ 제5조에 따른 기본설계도면 작성방법을 따른다.

 

∥입찰규정 및 관리감독 기능 강화

일명 ‘OS(Outsourcing) 요원’을 이용한 과열․과대 홍보 등을 근절하기 위해 합동홍보설명회, 공동홍보공간 이외에 입찰참여자의 개별적인 홍보 등도 금지된다. 다만 조합은 입찰참여자(총회의 상정이 결정된 건설업자 등)의 합동홍보설명회를 2회 이상 개최하고, 개최 7일 전까지 일시․장소를 조합원에게 통지해야 한다. 최초 합동홍보설명회를 개최한 뒤에는 공동홍보공간 1개소를 제공하거나 지정할 수 있다. 그 밖에 개별 홍보나 물품, 금품, 재산상의 이익 등 제공은 모두 엄격히 금지된다.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시장 또는 공공지원자(구청장)의 사전검토 및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한다. 만일 입찰참여자가 정비계획의 범위를 벗어난 설계를 제안하거나 홍보 규정 등 기준을 위반할 경우에는 해당 입찰을 무효로 한다. 이와 관련 공공지원자로부터 사전에 시공자 선정계획․입찰공고․총회 상정자료 등을 의무적으로 검토 받아야 하며, 조합은 사전검토 결과를 반영하여 입찰을 진행해야 한다.

입찰참여자가 정비계획을 위반한 설계를 제안하거나 개별 홍보, 사은품 제공 등의 행위가 적발된 경우에는 해당 입찰은 무효로 본다고 규정했다. 시공자 선정기준 등 위반이 인정되면 전문가로 구성된 점검반이 정비사업 현장조사를 진행하여 위법사항 시정 요구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공동주택 품질향상 모색

한편 서울시는 공동주택 품질 향상을 위해 조합(원)이 원하는 공동주택 성능을 제시하거나 건설공사에 대한 전문성 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비사업 건설사업관리 자문, 공동주택성능요구서 의무 제출 등의 제도도 도입한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최근 문제가 된 공사 중 철근 누락, 입주 후 층간소음, 누수 등을 막고 조합(원)이 원하는 품질과 성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현장설명회 개최 시 ‘공동주택성능요구서’를 의무적으로 제시하도록 했다. 공동주택성능요구서의 주요 항목은 구조안전, 소음방지, 누수방지, 결로방지, 실내환경, 기타 조합이 요구하는 사항 등으로 구성된다.

또한 건설공사에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이 정비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로부터 설계의 경제성 검토, 입찰관리, 계약관리, 시공관리 등 건설사업관리 업무를 자문 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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